박인희 - 목마와 숙녀 (1974)

Поділитися
Вставка
  • Опубліковано 26 сер 2024
  •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КОМЕНТАРІ • 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