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 "언어는 존재의 집, 시인은 이 집을 지키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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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27 січ 2025

КОМЕНТАРІ • 19

  • @muhyang8389
    @muhyang8389 2 роки тому +12

    하이데거는 인간이 존재에 가까워지기 위해선 익명, 즉 이름 없음으로 실존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철인 노자(老子)에게도 이름이 없는 것(無名)이 이름이 있는 것(有名)에 존재론적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아담이 짐승과 새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기 전에는 그것들도 이름이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인간사회에서 이름짓기가 없으면 분별되지 않고 구분되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가 지갑을 두고 나왔는지 잃어버렸는지 몰라 집에 전화했을 때, 갑자기 지갑이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무얼 찾아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름짓기를 통해 만물이 생겨난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有名, 萬物之母.) 그런데 인간의 욕망은 이름짓기를 통해 일어납니다.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프라다, 까르디에, 이런 명품들도 이름이 붙여지지 않는다면 그저 하나의 천조각, 하나의 가방, 하나의 금속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업자들이 이것들을 익명으로 놔두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 브랜드를 붙여줍니다. 이름짓기는 욕망의 동의어인 것입니다. 사실상 아담은 선악과를 따먹기 전에 이름짓기를 통해 이미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이름짓기가 무서운 것은, 바로 그것을 통해 우리의 사고가 고착화 된다는 겁니다. 의자를 의자라고 부를 때, 우리의 사고는 그 물건을 볼 때 앉기 위한 도구라는 개념에 고착되어 버리고, 만약 레슬링 선수가 아니라면 그 물건으로 헤드샷을 날리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합니다. 따라서 의자는 존재적으로 보면 의자이면서 의자가 아닙니다. 익명으로 있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우리의 생각은 의자라는 존재자에 갖혀 버리고 맙니다. 앉아서 쉬고 싶다는 욕망은, 우리의 무의식이 그것을 의자로 보았다는 것이고, 그 순간은 이름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름짓기로 욕심이 생겨나는 것인데, 이건 거꾸로, 욕심이 있다는 것은 이름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 노자는 욕심이 없으면 그 묘함을 보고, 욕심이 있으면 그 가장자리를 본다고 했습니다.(常無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 의자가 의자기이도 하지만 의자가 아니기도 하다는 것을 본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그 사물의 공능(功能) 전체에 대해 개방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의자를 의자로만 본다는 건 그 사물의 전체 가능성을 지극히 협소한 일부로 한정시켜 보는 것입니다. 저것이 의자라는 진리는 저것이 의자가 아니라는 걸 은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이트헤드는 부분적인 진리는 우주에 대한 왜곡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눈이 안 보여 신문을 볼 땐 안경을 쓰는
    늙은 아버지가 이렇게 귀여울 수가.
    박씨보다 무섭고,
    전씨보다 지긋지긋하던 아버지가
    저렇게 움트는 새싹처럼 보일 수가.
    내 장단에 맞춰
    아장아장 춤을 추는,
    귀여운 아버지,
    오, 가여운 내 자식.
    - 최승자 시 '귀여운 아버지' 전문.
    이 시를 일상어 또는 과학언어의 틀로 보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내 자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DNA가 거꾸로 전달되는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시에서는 가능합니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되는 기존의 생각들,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모든 생각들이 작동을 멈출 때, 그 침묵속에서, 시인은 존재의 소리, 존재의 다른 진리를 길어올립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아버지가 아니고 내 자식으로 다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름 있는 것들이 이름 없는 것들로 돌아갔다가 다시 새로운 이름을 받았을 때 우리의 세계에는 다른 것들이 나타납니다. 한자(漢字) 聖은 사람이 서서 말을 듣는 것입니다. 존재의 말건넴을 듣는 그 순간에는 성스러움이 깃들어 있습니다. 존재의 소리를 듣기 위해선 익명이 되어보아야 합니다. 분별지가 쉬는 곳에서 조화로움이 피어납니다. 분별이 없으므로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입니다. 시인은 침묵 속에서 존재 진리의 집에 거주합니다. 그 정적을 통해 존재는 우리를 다른 길로 인도합니다. 이문열은 그의 작품 [시인]에서 그 마지막 경지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취옹에게로 다가가며 무심코 그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갑작스러운 전율 같은 걸 느꼈다. 조는 듯 앉아 있는 취옹과 주위의 경물이 이뤄내고 있는 너무나도 빈틈없는 조화 때문이었다. 대개 수려한 경관일수록 사람이 끼어들어 어울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취옹은 한 덩이 그만한 이끼 낀 바위거나 잘생긴 소나무처럼 그를 둘러싼 물과 돌과 숲에 어울렸다. 아니, 오히려 그가 있어 그 대단찮은 골짜기가 그토록 수려하면서도 그윽해 보이는 것 같았다.”

  • @포망버섯
    @포망버섯 2 роки тому +3

    선생님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을 다시 정주행 중입니다. 1년전에 들었었는데 많이 잊어버려서요 !
    오늘 12절, 13절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주객의 인식이 대두될 때 세계-내-존재는 은폐되나 언제나 거기에, 주체-객체 이전에 그 토대로서 항상 존재한다고 하셨던 것과 이번 강의가 이어지는 거 같아 영감이 새롭습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

    • @TV-uw9lz
      @TV-uw9lz  2 роки тому +2

      네, 멋집니다. 포망버섯님^^ 응원하구요. 평안한 저녁 맞이하셔요!

  • @촌놈-p1b
    @촌놈-p1b 2 роки тому +6

    존재가 말을 걸어오는 시간
    존재가 속삭이는 말을 듣기 위해
    시인은 침묵한다.
    놀라운 시론ㆍ존재론!
    나도 몰래 눈물이 나옵니다.
    감동의 눈물입니다.
    시론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경험은
    난생 처음입니다.
    시론도 하나의 빼어난 창작이요
    철학임을 또한 깨달았습니다.
    철학의 진수를 맛보았습니다.
    눈물이 나오는 감동적입니다.

    • @TV-uw9lz
      @TV-uw9lz  2 роки тому +3

      옵스~ 무슨 눈물까지..^^ 평안한 저녁 맞이하셔요! 촌놈님^^

  • @autotokalon7
    @autotokalon7 2 роки тому +1

    18:00 침묵한다는 것은 자기 주체의 언어로 말하지 않겠다는 것,
    나의 주체가 침묵하게되면 고요함이 다가온다.
    고요함에 머무르면 이세계의 다양한 사물들의 연관들이 대자연을 통해 다가와 생명체로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것이 시인의 언어의 핵심
    너무 떠들어대는 제 자신을 반성해봅니다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TV-uw9lz
      @TV-uw9lz  2 роки тому +2

      가끔 오셔서 댓글로 흔적을 남겨주시네요. 방갑습니다. 선영님^^ 무더위 건강하게 잘 건너가셔요!

  • @류동표-o6c
    @류동표-o6c 2 роки тому +3

    제목만 봐도 가슴이 출렁거려요
    감사합니다 ㅎㅎ

    • @TV-uw9lz
      @TV-uw9lz  2 роки тому +1

      이런 강좌엔 여지없이 나타나시네요. 방갑습니다. 동표님^^ 평안한 저녁 맞이하셔요!

  • @Hl-hz7ij
    @Hl-hz7ij 2 роки тому +2

    선생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 @TV-uw9lz
      @TV-uw9lz  2 роки тому +1

      네, 처음 뵙네요. 방갑습니다.^^

  • @김용식-y3e
    @김용식-y3e 2 роки тому +2

    강의 클라스가 최고입니다.경건함이 느껴집니다.시인과 하이데거와 연결이라! 시인의 감성이 어렴풋이나마 조금 느껴지다가 저의 예민하지못한 지성과 감성때문에 그치고 맙니다. 한국사회에서 평균적인 재물의 양은 넘치지만 우리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도 많고 가치가 있을겁니다 물론 앞으로의 희망이나 재물도 거부하지는 않지만요.인간 각자가 모두 하이데거의 인간상처럼 산다면 그것이 천국 아닐까요?

    • @TV-uw9lz
      @TV-uw9lz  2 роки тому +1

      굿모닝입니다. 용식님^^ 방갑구요. 즐거운 하루 보내셔요!

  • @블루-z9p
    @블루-z9p 2 роки тому +2

    예도 강의를 열심히 들으면서 공부하니
    어렵기만 했던 세계가 조금 보이고 들리는 듯 합니다.. 귀한 강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TV-uw9lz
      @TV-uw9lz  2 роки тому +1

      네, 처음 뵙네요. 방갑습니다. 새야님^^

  • @hudi2324-d3v
    @hudi2324-d3v 2 роки тому +1

    오랜만에 하이데거 단편 강의 너무 반갑네요 ㅎㅎ 존재와 시간을 처음 읽을때 진짜 한문장도 이해하지못한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유투브를 검색하다가 선생님 강의를 접했는데 이제는 후기작품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강의들 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 @TV-uw9lz
      @TV-uw9lz  2 роки тому +1

      네, 오랜만에 뵙네요. 방갑습니다. 후디님^^ 즐거운 하루 보내셔요!

  • @jonathanparker5880
    @jonathanparker5880 2 роки тому +2

    매우 부실한 존재의 집인 셈인데...강의는 무척 훌륭합니다

    • @TV-uw9lz
      @TV-uw9lz  2 роки тому +2

      도시의 근교라 나무들로 가득한 울창한 숲은 아니지만 모기가 적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