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나타샤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도 펑펑 쏟아진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김양경 시 해설과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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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іковано 5 лют 2025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시 #김양경낭송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1938년에 발표함.
백석(1912-1995)
시샘의 시 감상과 해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의 세상은 탈속적이다. 나타샤가 주는 이국적인 이미지와 마가리와 당나귀가 주는 소박하고 순수하고 토속적인 느낌이 아름다운 시다. 산속으로 떠나고자 하는 탈속적인 의식은 낭만적이다.
눈이 푹푹 내리는 날에는 세상이 변한다. 온통 순백의 순수하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세상으로 변한다. 분명 겨울이라 춥고 힘든데 눈은 차가운데, 눈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환상적으로 아름답고 몽환적이다.
1연을 보자.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니. 오늘 밤에 눈이 푹푹 내리는 이유가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그 아름다운 나타샤를 가난한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눈이 푹푹 내리는 거라고 말한다. 사랑에 대한 확신이 강하게 느껴진다. 가난해서 눈이 푹푹 내린다고 했으니, 가난한 것이 사랑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인다. 이 시는 이 구절에서 마음에 혼란을 주면서 시에 끌리게 된다. 도대체 들어 본 적 없는 낯선 말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에 눈이 푹푹 내린다는 말을 나는 이 시에서 처음 읽었고, 그 이후 어떤 글에서도 이런 식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너무도 낯설고 새롭다. 또한 신비한 느낌이 든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하는데 오늘 밤에 왜 눈이 내린다고 하는지, 나는 무수한 질문들을 해야 한다.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숱한 질문들이 떠오르지만 마땅한 대답은 찾지 못하고 하나의 뚜렷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눈이 푹푹 쌓이는 풍경.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산골. 눈이 쌓인 산골의 풍경을 두고 수 많은 시객들이 감탄을 했다. 그리고 인간의 세상이 아닌 '선경'이라고 표현했다. 눈 쌓인 산골 풍경은 신들이 노니는 정원처럼,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2연을 보자.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이 시구도 역시 낯설다. 그리고 문법의 틀에 갇힌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여러 번 생각한다. 나타샤를 사랑은 한다니. 무슨 말인지. '사랑은 하고'에서 '-은'은 보조사로 대조의 의미를 갖는다. 사랑은 하는데, 눈이 푹푹 날린다니,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문법의 틀을 벗어버리고 마음으로 느껴본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이 내리는 풍경, 그리고 그것을 느끼는 화자는 사랑하는 나타샤를 기다리느라 눈 내리는 풍경을 보며 소주를 마시고 있다. 소주를 마시면서 생각한다. 나타샤와 함께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갈 생각을 한다. 깊은 산골로 가 오두막에 살 생각을 한다.
3연을 보자. 역시 눈이 푹푹 내린다. 여전히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나타샤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오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나타샤를 기다린다. 왜냐하면 나타샤가 오지 않을 리 없기 때문이다. 나타샤가 꼭 올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나타샤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내 속에 와서 가만히 속삭인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에 지는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나와 나타샤가 세상이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나 혼자 소주를 마시면서 나타샤를 기다리는 동안, 나타샤가 내게 속삭여 줄 말을 생각한다.
4연을 보자. 역시 눈이 푹푹 내린다. 아름다운 나타샤가 왔는지 안 왔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나는 아름다운 나타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어디에서 흰 당나귀도 나와 나타샤가 서로 사랑하는 오늘밤을 좋아해서 응앙응앙 축복해 주듯이 울음을 울어 줄 것만 같다.
화자는 눈이 내린 산속에 있는지, 눈이 내리는 산을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화자는 소주를 마시면서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다. 그리고 눈이 내리는 이유는 화자가 나타샤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하고, 나타샤가 이제 곧 오면 같이 산속으로 들어가 살겠다고 한다.
나타샤를 향한 화자의 사랑은 온 천지를 뒤덮어 바꿔버리는 흰 눈과 같다, 온 세상을 뒤덮어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며 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나타샤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도 펑펑 쏟아진다.
그리고 마가리와 흰 당나귀. 남녀가 사랑을 하면 그것이 얼마나 충만하고 만족스러우면 작은 오두막에 살아도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한다. 아아, 말도 아니고 염소도 아니고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니라 당나귀라니. 흰 당나귀라니 새로운 느낌을 준다. 온 세상을 다 뒤덮을 정도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당나귀처럼 순하고 듬직하면서도 귀여울 것 같다.
그래서 시샘은 이 시의 주제를 아래와 같이 정해 보았다. 시를 읽고 감상하는 이에 따라 다른 해석과 감상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주제도 다를 것이다. 이건 단지 시샘이 느끼는 감상에 따른 주제일 뿐이다.
주제 -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나를 사랑하는 나타샤를 생각하며 세상을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가 살고 싶어하는 마음.
이 시를 낭송하는 방법
이 시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담은 낭만적인 시다. 낭송할 때에는 크고 뚜렷한 목소리보다는 낮은 저음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좋을 것 같다. 음향 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약간의 에코를 넣어서 음색을 화려하게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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