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emotion)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을 때때로 증오하는 일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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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іковано 8 лют 2025
- 인간은 때로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을 증오하게 되는” 모순적인 감정을 경험하곤 한다. 이런 모습은 감정과 이성 사이에 존재하는 복합적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예다. 전통적으로 감정은 이성에 대립되는 비합리적이거나 유치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이성이 상호 대립하기보다 서로를 보완하면서 인간의 모든 행위에 깊숙이 관여한다. 감정이 사고의 방향을 먼저 제시하지 않으면 이성 역시 아무런 작동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감정은 인간 정신활동의 필수적이고도 근본적인 ‘접착제’라고 할 수 있다.
감정과 이성은 대등한 파트너 같다. 우리는 때로 이성이 감정을 무시하는 듯 여길 수도 있고, 반대로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상황을 자주 목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둘은 서로를 배제한 채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예컨대 격한 감정이 치밀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순간에 논점을 잡기 어려워지고, 감정이 과도하게 배제된 채 오직 이성만으로 행동 방향을 잡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이 무엇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강렬하게 작동하는 것이 감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토론 중에 모멸감이나 두려움을 느끼면, 평소에는 바로 떠올릴 법한 좋은 논점을 더 이상 생각해내지 못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감정을 귀찮거나 해로운 것으로 치부하며 없애버리고 싶어질 때가 있지만, 감정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인간의 삶은 무기력해지고 활력을 잃게 될 것이다. 기쁨, 분노, 질투처럼 겉보기에는 원초적이고 다루기 힘든 감정들이 인간에게 ‘마법의 영약’과 같은 생동감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감정이 없는 상태를 상상해보면, 인간의 내면세계는 백지나 다름없어진다.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아무런 행동 동기마저 사라진다. 감정은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행동에 끌리고 회피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다양한 발상과 창의적 사고를 가능케 하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심지어 사람들은 “매우 이성적으로 행동해야겠다”라고 결단을 내릴 때조차, 사실 그 결심의 동력이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역설을 겪는다. 결국 감정이 전혀 없는 사람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삶 속에서 방향성을 잃고 헤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이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해진다. 철학에서 감정은 전통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그 뿌리를 밝혀내기 위한 수많은 시도가 있어도 명쾌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로마 철학자들은 감정을 ‘파토스(pathos)’나 ‘파시오(passio)’와 같이 열정 혹은 격정에 가까운 개념으로 설명했다. 괴로움을 동반하는 감정 상태라고도 보았지만, 한편으로 ‘정서(emotion)’의 어원이 라틴어 ‘움직이다(movere)’인 점을 고려하면 감정은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기도 했다. 독일어나 프랑스어 역시 감정을 표현할 때 비슷한 혼란을 겪었다. 문화나 언어마다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감정의 본질을 단순한 몇 마디 정의로 귀결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감정은 자주 신체적 흥분 상태와 연결되는데, 이는 생물학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다. 위험에 빠졌을 때 생존을 위해 공포심이 생기는 것은 자신의 몸을 지키는 본능적인 방어 반응이다. 인류가 아직 자연환경의 위협에 쉽게 노출되던 시절, 외부 공격에 대한 두려움은 신속한 도피를 유도했으며, 이는 집단이 생존하기 위한 절대적 요소였다. 두려움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은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일찍 죽을 가능성이 크고, 불쾌감을 못 느끼면 유해한 것들을 피하지 못해 몸을 망칠 확률이 높다는 점만 봐도, 감정이 생존과 직결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감정은 원초적인 동물적 본능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굶주림이나 수면 충족, 혹은 섹스와 공격, 도망과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일 때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것인지 회피하는 것인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는 단지 바깥으로 드러나는 행동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내면 상태도 조절한다. 극심한 분노가 매일같이 이어지거나, 커다란 슬픔이 몇 달 내내 처음처럼 강렬하게 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정의 진폭을 상쇄시키려는 또 다른 감정의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변화하거나 누그러지는 법이고, 그 과정에서 인간은 내면의 균형을 찾아간다.
사람들은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할 때, 감정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게 된다. 쉽게 흥분부터 하는 이들은 매사에 냉정하고 침착해지려고 해도 번번이 실패하고, 반대로 좀처럼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은 안에서부터 뜨거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해보고 싶어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는 감정이 개인의 의지 이상으로 강한 통제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뇌 과학 관점에서는 우리 자신이 뇌를 ‘도구처럼’ 쓰는 존재가 아니라, 곧 우리 자체가 뇌의 하나의 상태라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감정 그 자체이기도 하다.
철학자들이 감정과 자아의 문제를 미처 정교하게 풀어내지 못하는 사이에, 뇌 연구는 급속도로 발달하여 감정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뇌신경 생물학 분야는 MRI나 PET 같은 방법을 통해 뇌에서 일어나는 흥분 상태를 시각화하면서, 기분(mood)과 감정(emotion)을 구분하려 시도했다. 이들은 기분을 “화학적 반응과 뇌신경 반응이 결합된 결과”로 이해하며, 일정한 유형과 자동화된 생성·소멸 과정을 거친다고 본다. 이에 반해 감정은 의식과 기억, 상상 같은 고차원적 요소가 개입되므로 훨씬 복잡하고, 때로는 감정을 숨기거나 표현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 기분은 개인적 차이를 떠나 비교적 뚜렷한 패턴이 있지만, 감정은 훨씬 더 개인적인 성향을 띤다는 것이다.
뇌 과학과 심리학에서는 감정이 단순히 주관적 느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화학 물질과 대뇌변연계 같은 뇌 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로 아세틸콜린,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이 있는데, 각각은 기억력과 학습, 동기부여, 혈압과 혈액순환, 취침과 기상 주기,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도파민이 부족하거나 과잉 상태가 되면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세로토닌은 공격성을 조절하거나 기분 안정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포와 불안을 관장하는 편도체나 시상하부는 섹스와 공격, 방어 기능은 물론 수면과 각성의 리듬에도 관여하고, 남성과 여성의 뇌에서 서로 다른 발달 양상을 보여 그에 따른 성적 행동의 차이도 유발한다. 한편 편도체가 관여하는 학습 기능 덕분에, 예전에는 무섭고 낯설던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변화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뇌의 여러 영역과 신경전달물질, 그리고 외부 자극과 인지적 해석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특정 감정이 생성되고 소멸한다.
한편 어떤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똑같은 음악을 소음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다. 또 누군가는 비릿한 굴을 좋아해서 즐겨 먹지만, 다른 누군가는 굴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을 느낀다. 이처럼 같은 자극에도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감정이 단순한 화학 반응에 그치지 않고 과거 경험, 문화, 뇌 구조, 학습 과정 등 복합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사랑한다고 믿던 사람을 때로 미워하게 되는, 실로 모순적인 감정 역시 이런 여러 요소가 얽힌 결과다.
감정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는 사실은 놀라울 게 없다. 오히려 중요한 점은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조절하느냐 하는 문제다. 감정을 통제하기 어렵더라도, 아예 배제해버리면 살아 있는 인간다움이 사라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성적으로 행동해야겠다”고 결심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실제로는 감정이 그 결심을 밀어붙이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 의식과 행동이 어떤 색깔로 물들더라도, 그 바탕에는 늘 감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감정은 인간을 한데 묶어주는 ‘접착제’다. 만약 감정이 없다면 삶의 원초적 동력과 즐거움, 모든 활력이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감정이 가진 다채로운 빛깔 덕분에 우리는 더 흥미로운 생각, 깊이 있는 통찰, 낭만적 발상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은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존재다. 사랑과 증오가 공존하는 역설적인 상황 또한 감정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지 알려주는 증거다.
결국 우리가 접하는 세상의 모든 일과 관계, 사고의 방향, 그리고 일상에서 느끼는 크고 작은 행복과 고통은 감정을 통해 채색된다. 감정이 사라진다면 인간의 내면세계는 백지와 다를 바 없고, 이는 또 다른 의미에서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감정은 단순한 부가물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어떤 것이다. 감정의 역할이야말로 “인생의 원초적 동력”이며, 우리 삶의 질과 방향을 결정짓는 열쇠다. 그리고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증오하게 되는 모순마저 감정이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드라마이며, 이는 곧 우리 존재가 감정이라는 복합적이고도 역동적인 심리 기제 위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