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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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21 січ 2024
  • 네이버블로그에 올려둔 글을 영상으로 만들어봤습니다.
    blog.naver.com/hmy409
    (본문 내용)
    아버지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부터
    나는 농사와 관련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다소 슬픈 이유였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누군가는 그 해의 농사일을 이어가야 했기에
    -
    처음에는 나 혼자 일기를 쓰기 시작했지만
    스스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버지께서 알게 되신 그 즈음에는
    아버지께서 먼저 나에게 자세히 알려주셨다
    일의 요령을 알려 주신 후 혼자 할 수 있겠냐 라고
    웃으면서 나에게 질문하셨고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처음에는 많이 슬펐다
    농사일을 하는 매 순간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이 작업을 혼자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했고
    할 수 있겠다 싶으면 일기에 적지 않았고
    할 수 없을 것 같다면 꼼꼼히 적었다.
    그렇다
    나는 항상 아버지의 죽음을
    매순간 생각해야 하는 슬픔을 겪고 있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분의 가족들은
    대부분 나처럼 힘들었을 것이다.
    매번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생각해야 하고
    이별의 순간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남은 시간을 뜻깊은 추억으로 채우려고 하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 한다
    결과를 미리 알고 있다는 슬픔은
    시작조차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

    계절이 세 번 바뀌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정정하셨던 것 같다
    항암치료도 잘 받으셨고
    환자처럼 보이는 모습은 전혀 아니었다
    걱정하던 마음으로 찾아오신 분들이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가시는 것을 본 후
    그날 일기에 처음으로 아버지의 병명을 적었고
    "희망"이라는 단어 역시도 함께 넣었다.
    시간은 내 마음을 슬픔에 적응시켰고
    새어나온 빛 한줄기를 강렬한 태양빛처럼 느끼는
    "착각" 역시도 함께 가지도록 만들었다.

    -
    사과 적과가 끝난 후
    아버지는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셨고
    나는 내 방 컴퓨터 의자가 아닌
    병원 접수실 의자에 누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 내용은 농사일에 관한 것이 아닌
    아버지의 건강에 관한 것 이었다
    친인척들에게 전화와 메시지를 보내고
    병원에서의 여러 일들을 일기에 쓴 후
    나는 신에게 보내는 기도를 함께 써 내려갔다
    견딜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느꼈기에
    -

    일기를 쓰기 시작한지 2년8개월 후
    아버지는 멀리 떠나셨다
    하지만 그 후에도 나는
    손에 일기를 놓을 수는 없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그 여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남은 기간의 농사일을 해내야 했고
    아버지의 자리를 정리하기 위한 일도 해야 했다
    매 순간 버릇처럼 일기를 펼쳤고
    아버지는 예전처럼 나를 이끌어주셨다
    -
    슬픈 날로부터 6년이나 지나버린 오늘
    유난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오늘이 어버이날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때 일기를 가득 채울 정도로 알려주신 지식을
    이제는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과농사를 짓지 않기로 했다
    사과나무를 잘라내면서
    왜인지모를 슬픔이 함께 들었던 것 같다
    나무가 노화되어 사과 생산량이 줄어들었기에
    돈을 생각하면 당연히 잘라내야 하겠지만
    가슴은 스스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먹먹하다
    마치
    사과나무가 아니라
    기억을 잘라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일기도 이제는 더 이상 열어볼 일이 없겠지만
    가끔 식은 의도적으로나마 펼쳐 볼 생각이다
    농사에 대한 지식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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