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잔혹 동화: 우리가 나쁘게 이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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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8 лют 2025
  • 사랑은 왜 잔혹한가? 그것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사로잡고, 또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우리를 부서뜨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쁘게 이별하는 이유는 사랑의 본질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우리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둘 사이의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격변 위에서 시작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랑의 이야기가 끝날 때에도 격변의 성격이 그대로 발현한다. 파국의 끝은 시작과 흡사하다. 그처럼 이별은 이전에 사랑이 존재했다는 것, 진실하고 견고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어왔고 고통을 받았다는 것을 선언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사랑이 지나쳐서, 사랑이 모자라서, 혹은 상대가 내가 꿈꾸던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서, 우리는 헤어진다. 함께 사는 것이 지겨워져서 헤어지기도 하고, 상대가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도록 만들기에 헤어지기도 한다. 혹은 상대가 너무 아름답고, 총명하고 현명하기 때문에 내가 많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고 미칠 것 같은 심정에서 이별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감춰진 이별의 이유는 많이 있을 것이다.
    사랑은 잔혹 동화이다.
    옛날 옛적, ‘심홍(深紅)의 숲’이란 이름을 가진 땅 한가운데 ‘아모르 왕국’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전쟁도, 빈곤도 없는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이 나라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힘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은 그 힘을 ‘사랑의 신’이라 불렀다. 누구도 그 신의 명령을 거스르거나 피해 갈 수 없었기에, 이 나라 백성들은 마음의 준비조차 되지 않은 채 갑작스러운 사랑에 빠지고, 또 예고 없이 이별을 겪곤 했다.
    붉은 장미와의 만남
    아모르 왕국의 중앙에 자리 잡은 궁전은 늘 축복받은 빛으로 반짝였다. 그 궁전에 사는 공주 ‘벨라’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고 총명하여, 하루 종일 책을 읽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궁리하기를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아침, 벨라는 궁전 앞 정원을 거닐다가 우연히 한 청년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청년은 궁전 사람들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했다. 벨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두근거림에 사로잡혀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이였지만, 그 순간 그녀의 가슴에 뜨거운 불길이 일어났다.
    청년의 이름은 ‘에드윈’이었다. 왕국 곳곳을 떠돌며 스스로를 단련하던 방랑 기사였지만, 다른 이들처럼 그 역시 사랑의 신이 예고 없이 드리운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비록 벨라가 공주임을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그의 심장도 벨라의 존재감에 요동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날을 계기로 짧은 인사를 나누었고, 그 인사 한 번으로 운명이 결정된 듯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사랑의 신이 내려준 번개처럼, 그 사랑은 격렬하고도 압도적이었다.
    애착의 마법
    아모르 왕국에는 ‘애착’이라는 독특한 마법이 전해 내려왔다. 사랑하는 존재에게 마음이 강하게 묶이는 현상으로, 어느 정도는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위안을 제공했지만, 지나치면 서로의 숨통을 죄는 사슬이 되기도 했다.
    벨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믿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있었고, 공주이긴 해도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당당히 말할 줄 알았다. 에드윈은 달랐다. 그는 성장 과정에서 여러 번 상실을 겪어왔고, 사랑을 얻으면 언젠가 잃게 되리라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벨라에게 더욱 매달렸다. 마음 한구석에 “이 사랑을 붙잡지 않으면 언제 떠나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둘 사이를 단숨에 가깝게 만들어 주었지만, 동시에 에드윈의 마음에 도사린 불안을 깨우기도 했다.
    이상과 현실의 틈새
    처음의 사랑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포장한다. 벨라는 에드윈을 ‘자신을 지켜 줄 용감한 기사’로 보았고, 에드윈은 벨라를 ‘흠없이 완벽한 여인’으로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결점을 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벨라는 에드윈의 예민함과 질투심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자신을 열정적으로 아끼는 것으로 여겼지만, 점차 과도한 집착임을 느꼈다.
    에드윈은 벨라가 보여 주는 담대함이 때론 차가움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듯 보였고, 에드윈이 가진 불안을 채워 주기엔 너무나 독립적이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투사했던 이상화된 이미지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랑의 신이 내렸던 마법은 여전히 효력이 남아 있었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불안과 의심은 사랑을 위협했다.
    궁전 연회에서 드러난 균열
    어느 해 여름, 오랜만에 궁전에서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노랫소리가 가득하고 촛불은 황금빛으로 반짝였으며, 왕국 곳곳에서 모인 인물들이 저마다의 의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벨라와 에드윈도 손을 잡고 연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화려한 등불 아래에서, 둘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벨라의 시선: 연회장에서 벨라는 여러 귀족과 예술가, 상인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궁전 안팎의 일에 관심이 많아 누구와도 금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에드윈의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불안이 엄습했다.
    에드윈은 벨라가 혹시 다른 이에게 마음을 뺏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질투심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의 눈엔 벨라가 점점 먼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연회가 끝나 갈 무렵, 음악을 담당한 악사가 광대 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모든 이가 박수를 치고 웃음꽃을 피웠지만, 정작 에드윈과 벨라는 서로를 향해 굳은 얼굴로 마주 섰다.
    마침내 벨라가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낮게 읊조렸다.
    “에드윈...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이렇게 불안하고 숨 막히는 사랑이라면, 난 더는 견딜 수 없어.”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에드윈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이미 벨라의 목소리는 떨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랑의 신이 내린 ‘파국’이, 번갯불처럼 둘 사이에 내리친 순간이었다.
    파국의 선언
    사랑의 신이 주관하는 아모르 왕국에서 이별은 번개처럼 빠르고 가차 없었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알 수 없는 분노와 슬픔에 휩싸였다. 연회장은 단숨에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고, 귀족들과 손님들은 고개를 돌렸다. 그 누구도 이 파국을 말릴 수 없었다.
    벨라는 점점 자신이 원하는 미래와 에드윈의 꿈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함께 맞추어 나가기보다는 서로가 지향하는 길이 너무 달랐다.
    에드윈은 벨라에게 지니고 있던 이상화된 이미지를 한 번에 잃어버리며, 그녀가 자신을 버리려 한다는 공포에 질렸다.
    한때 손짓만으로도 통하던 두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가장 중요한 말을 서로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벨라는 속내를 숨겼고, 에드윈은 불안을 공격적으로 표출했다.
    에드윈에게 벨라는 세상의 전부였으나, 벨라는 이제 자신이 ‘공주’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 살아가고 싶었다.
    마치 폭풍이 지나가는 것처럼, 둘의 사랑은 연회의 환호와 비웃음이 교차하는 사이에 파국으로 치달았다.
    붉게 물든 장미와 피의 흔적
    연회가 끝난 후, 벨라는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궁전 밖 광장에 나가 혼자 서 있었다. 광장에는 붉은 장미가 한창 만개해 있었고, 달빛에 물든 꽃잎은 피처럼 선홍빛을 뿜어냈다.
    얼마 뒤, 비틀거리며 에드윈이 나타났다.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 아래에서 그는 애타게 벨라의 이름을 부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마침내 장미 밭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는 벨라를 발견했다.
    “벨라, 제발 우리 다시 얘기해 보자.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하지만 벨라는 장미를 쥔 채, 고개를 들어 에드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이미 애정과 슬픔이 뒤섞여, 희미한 잔불만 남아 있었다.
    “미안해, 에드윈. 우리가 지금 붙잡아도 결국 같은 곳에서 무너질 거야.”
    말을 마친 벨라는 장미 줄기에 손끝을 베이고 말았다. 가시에 찔린 상처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고, 꽃잎 위로 맺힌 피 한 방울은 더욱 짙은 색으로 번져갔다. 에드윈은 벨라의 손을 움켜잡으며 외쳤지만, 벨라는 천천히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섰다.
    그 장면은 마치 사랑의 신이 남긴 낙인처럼, 두 사람의 가슴에 깊은 상흔을 새겼다.
    이별 후의 어둠
    다음 날이 밝아 왔으나, 아모르 왕국의 사람들은 그저 “또 하나의 이별이 일어났군”이라며 무덤덤하게 지나갔다. 이 나라에선 누구라도 사랑의 신이 던지는 고통을 피할 수 없으니, 이별 또한 낯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벨라와 에드윈의 세상은 무너져 내렸다.
    벨라는 밤마다 침대에 누워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느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에드윈의 손길과 목소리가 그리웠지만,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에드윈은 차가운 길바닥에 몸을 기댄 채 술로 자신을 망가뜨렸다. 누구도 그를 말리지 못했고, 스스로도 아픔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몰랐다.
    벨라는 끝내 궁전을 떠나겠다고 결심했다. 더 이상 ‘공주’라는 신분이나 에드윈의 연인이라는 수식에 기대고 싶지 않았다. 에드윈 역시 아모르 왕국을 잠시 떠나 전장(戰場)에 몸담기로 결심했다. 누군가를 지켜 주고 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자신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었다.
    둘은 매일같이 갑작스러운 우울과 불안에 시달렸다. 밤이 되면 온 세상이 자신을 버리는 것 같아 눈물이 났고, 낮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졌다. 그럼에도 시간이 조금씩 지나자, 상처는 아주 서서히 아물어 가는 듯했다.
    길 위에서 마주친 그림자
    한참 후, 벨라는 궁전 밖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백성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 대신 간소한 옷차림으로, 직접 눈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작은 변화부터 만들어 나갔다. 에드윈은 전장에서 지내며 기사로서의 명예를 쌓았고, 자신을 갈고닦는 훈련에도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도 근처 시장에서 두 사람이 우연히 스쳐 지나갔다. 한때 광장 가득 울려 퍼지던 사랑의 열정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서로를 알아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주한 순간, 둘은 한동안 말없이 눈을 맞췄다.
    짧은 침묵 끝에, 벨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에드윈도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예전 같았으면 격렬한 감정이 치솟았을 테지만, 이제는 서로가 조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 짧은 눈 맞춤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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