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수필 〈인연〉 대한민국 대표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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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12 вер 2024
  •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을 모르는 사람은 없죠. 그야말로 국민수필이라고 할 만큼 유명하니까요. 그 유명한 작품을 네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읽어보았습니다. 네 가지 키워드는 각각 ‘기다림’, ‘3단 구조’, ‘작중 화자’, 그리고 ‘후경’입니다.
    기다림 : 작가로서 글쓰기에 가장 좋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피천득 선생은 이 글을 노년에 이르러서야 쓰셨습니다. 그 오랜 기간은 한편으로는 기다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적으로 소재를 발효시킨 성숙 기간이었습니다. 그 성숙을 거침으로써 이 작품은 어디 하나 흡잡을 데 없는 자연스러운 문체로, 그리고 사건을 진술하는 작가의 태도에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격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3단 구조 : 이 작품은 3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기-승-전-결이라는 네 단계를 셋으로 정리하여 이용한 것인데, 이 방법은 사실 수많은 명문장가들이 사용해온 방법입니다. 이렇게 작품을 쓰면 통일감이 생깁니다. 더 중요한 점은, 작가가 아사코와의 인연 이야기를 다 한 다음에 쓴 마지막 두 문장입니다.
    그 문장은 ”오는 주말에는 춘천에 갔다 오려 한다. 소양강 가을 경치가 아름다울 것이다.“인데, 이 문장이 추가됨으로써 읽는 이의 마음 안에서 아사코와의 세 번째 만남에서 느꼈던 애잔함, 아쉬움,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 상태가 ‘들어올려져서’ 긍정으로 회복니다. 긍정으로 시작한 글의 분위기가 끝에 가서 부정적으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작가는 그것에서 글을 끝내지 않고 다시 긍정을 회복하는 자리로 돌아온 것이죠.
    작중 화자 : 시와 소설에서는 작중 화자가 있지만 수필에서는 작중 화자가 없습니다. 시인과 소설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작중 화자를 통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소월 시인은 누군가가 딱히 죽은 것이 아닌데도 〈초혼〉이라는 시에서 작중 화자가 되어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라고 부르짖고, 소설가들은 작중의 주인공들이 일으키는 여러 사건을 통해서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수필에서는 작중 화자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상례이고, 따라서 수필가는 소재의 부족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소설가는 자신이 해보지도 않는 살인 사건을 소설 속에 쓸 수 있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수필가는 그런 극한 상황을 작품 속에서 구현할 수가 없는 거죠. 그렇지만! 수필이 반드시 작중 화자를 수용하지 않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이 점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문제입니다(보다 상세한 내용은 따로 강의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후경 : 후경은 어떤 예술 작품이 풍겨내는, 심안으로만 볼 수 있는 어떤 광경입니다. 그 광경은 심안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미술적인 것만은 아니죠. 음악에는 음악적인, 문학에는 문학적인 후경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후경이 바로 우리가 예술이라 부르는 것의 요체인데, 시는 운율과 이미지로서 후경을 만들어내고, 소설은 인물과 사건으로써 후경을 만들어내죠. 그렇다면 수필은 어떻게 후경을 만들어낼까요.
    저는 그 점을 이 작품을 통해 설명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 〈닥터 지바고〉까지 끌어들이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인연〉은 한국 수필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만일 이 작품에서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명시나 훌륭한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는 후경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한국수필은 시와 소설에 비해서 1.5군 취급을 받는다고 해서 변명할 말이 없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수필가의 한 사람으로서 제가 나름 이 작품을 끈질기게 파고들어 강의를 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저의 강의가 이 강의가 수필을 사랑하는 분들께 나름의 보람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영상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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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보실 책
    피천득, 《인연》, 민음사, 2019년
    김정빈
    소설가 시인 동화작가 수필가
    전 목포과학대학 교수
    1985년, 소설 《단(丹)》 년간 베스트셀러 1위
    문학 철학 예술 명상 등 여러 분야에 걸쳐 70권의 책을 내었음
    jeongbin22@hanmail.net
    모도들 늘 행복하시기를!!

КОМЕНТАРІ • 23

  • @박해경-x9d
    @박해경-x9d 2 місяці тому +1

    교수님 덕분에 시에 대해서 깊이 생각 하게 되었고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해석이 인연 이란 시를 더욱 빛나게 해 주셨네요

  • @Msl74992
    @Msl74992 3 роки тому +5

    선생님 강의 들으며 가슴이
    뛰네요.
    그냥 일기처럼 써놓은 글이
    30여편 되는데...
    선생님 말씀 들으니 글은 이렇게 써야하는구나.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뵙고싶습니다.
    이채연.

  • @psyche105
    @psyche105 3 роки тому +4

    피 선생님의 인연을 들으며..닥터 지바고 까지 덤으로 들은 듯 하여 가을처럼 마음이 풍요롭습니다..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기도 하는게..오래된 첫사랑에 대하여..이렇게 표현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기다림..미묘함..섬세함..우아함... 잘 듣고 갑니다..감사합니다

    • @user-lk5fl9kh8o
      @user-lk5fl9kh8o  3 роки тому

      멀리 불온한 코로나가
      라라와 지바고를 에워싸던 혁명처럼 어른거리는 시대.
      그래도 단풍지는 아름다운 가을,
      낙엽 내리듯 고운 추억 채곡채곡 쌓으시기를...

  • @jjystone
    @jjystone Рік тому +2

    명강의 감사합니다.

  • @Jun-Grandma.
    @Jun-Grandma. 2 роки тому +2

    교수님 강의에 깊은 감상에 잠깁니다
    흔한 성씨가 아닌 피씨를 가진 아가씨가 예비 며느리라서 문득 생각나,피천득님의 수필을 찾다보다 귀한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네요 교수님 반갑습니다 !
    등단된 시인으로서 피천득님을 검색하다보니 말입니다.팬이 되었습니다

  • @jang9581
    @jang9581 4 роки тому +5

    좋은 강의 감사합니다~
    피천득님의 수필집 인연을 요즘 읽고 있는데 여기서 듣게되서 너무 감동이네요~

    • @user-lk5fl9kh8o
      @user-lk5fl9kh8o  4 роки тому +1

      곁에 두고 자주 읽으시면 좋을 거예요~

  • @human_photographer
    @human_photographer 4 роки тому +3

    이렇게 좋은 강연을 유튜브에서 만나게 되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 @jaesam0403
    @jaesam0403 3 роки тому +3

    좋은 강의 잘 들었습니다

    • @user-lk5fl9kh8o
      @user-lk5fl9kh8o  3 роки тому

      엄 법사님께서 방문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SDPark-zi5rt
    @SDPark-zi5rt 4 роки тому +3

    학부로 돌아간 기분
    닥터지바고로 자연스럽게 빠지신것도 넘 재밌어요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 @user-lk5fl9kh8o
      @user-lk5fl9kh8o  4 роки тому

      닥터 지바고!!
      너무 너무 좋은 영화죠^^
      잘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user-lk5fl9kh8o
      @user-lk5fl9kh8o  4 роки тому

      문학의 아름다움을 느끼시는 간이었기를 바랍니다^^

  • @user-cm9dl8sf7i
    @user-cm9dl8sf7i 3 роки тому +2

    피천득 선생님 자신은 인연에 나오는 아사코를 잊고 지내셨지만
    엄마, 도산안창호 선생님은 잊지 않고 그리워하셨지요

  • @daesungchoi9150
    @daesungchoi9150 Рік тому +2

    교수님!
    감사합니다
    많은 공부가 됩니다

  • @walterbyun5100
    @walterbyun5100 2 місяці тому

    이 무명수필가의 책을 소개해 주실까요? "춘하 추동"

  • @user-iw7mw6en2n
    @user-iw7mw6en2n 3 роки тому

    괴퇴 일기도 있죠 피천득 청춘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ㆍ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것이다ㆍ
    어떤 책을 보는가 어떤생각을하고 이상을 추구를위해 사는가 그게 중요하다ㆍ
    이십대대학시절은두번 다시 오지않듯이 내주변서 젊음의 소용돌이를남기고 갑니다ㆍ이십대초 열아홉살에는 이상과 꿈이 아름답지 않는자가 어디 있으며 ㆍㆍㆍ
    다 얼굴이 싱싱하고 낭만에가득찬 시기였어요ㆍ한해한해 변화없이 지루할때 인생도 막갑니다ㆍ
    저는 인연이란 책은 탐독 완독못함

    • @user-iw7mw6en2n
      @user-iw7mw6en2n 3 роки тому

      수필 ㆍ수필ㆍ한우물을 파라ㆍ청개구리새끼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