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시작하는 날, 나는 모처럼 긴장이 되어 잠을 못 잔 상태였다. 일찍부터 집에 있는 피아노 앞에서 기도를 했고, 천천히 오래 피아노를 만졌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최근 며칠은 제가 나 자신에 관한 몰입, 지난 여정, 떠올리고 싶은 풍경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공연에 접근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음에도 그걸 잊고 있었네요. ‘공연’이라는 것을 앞세워 구성을 떠올리고, 장치를 마련하고, 소리가 전달되는 것을 다듬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그것에 사로잡혀 여러분에게 주문을 했던 것들은 다 잊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해주세요. 우리는 공연 중에 각자의 상태 안에서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공연에서 우리는 서로의 곁을 감싸고, 각자의 그리고 함께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날 나는 잠에 들면서 공연이 끝났다. 눈을 떠보니 시간을 알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1시간 4분이 지나 있었다. 첫날의 공연은 감사하게도 멤버들이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날이었다. 다음 날, 자고 일어나서 몸과 마음의 상태가 너무 좋았다. 둘째 날의 공연은 특별했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예기치 못한 장난과 제안도 서슴지 않았고, 일부러 멀찍이 떨어져 멤버들을 보고 있기도 했다. 나는 피아노 위에 있던 오르골을 내려놓고 사람들을 더 불러 모았다. 세라와 자리를 바꿔 연주를 했고, 종환은 노래를 했으며, 취한 중원은 마음속에서 문워크를, 예지는 중동에 다녀왔다고 했다. 나는 잠깐 신디사이저 위치에 있었는데, 작동 방법을 잘 몰라 만지작거리다가 ‘유채’님의 ‘순례자의 길’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유채님은 원래 우리와 함께 공연을 하려고 했지만, 9월 초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며 유채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나는 유채님이 공연 전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여정은 계속되어야 했고, 나는 우리가 함께 공연을 하는 대신 유채님이 목표한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순례 중의 소리를 보내주기를 요청했던 것이다. 우리의 공연은 관객들이 이 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마지막 날, 우리는 이 소리와 협연을 하고 있었다. 1시간 30분이 지나 있었다. 이 여정에 함께한 모든 존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새 잊고 있던 순례길에서 느꼈던 감각을 다시 이렇게 기억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한 게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100km 정도를 남겨둔 시점이었는데, 초반과는 다르게 하루에 사계절이 있는 것처럼 날씨가 참 변화무쌍한 마지막 며칠이었어요. 안개가 무릎 아래로 깔려있고…. 머리 위로는 우산이끼들이 커다란 나무들을 감싸고 있는 어느 숲속을 걷고 있던 아침이 이 공연을 보며 가슴에서 요동쳤어요. 단단한 땅을 박차고 걷는 발의 느낌, 코로 들어오는 젖은 공기, 걷다 보면 밤송이가 떨어지는 소리, 개울이 흐르는 소리,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 새의 지저귐, 그리고 간혹 소 울음소리가 들려와요…. 그러다 “부엔 까미노!” 하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요. 나의 앞에 사람들이 걸어가고. 뒤를 돌면 내가 지나 온 길에 사람들이 걸어와요. 때로는 누군가와 지나온 삶을 공유하게 되고, 그러면 우리는 발을 맞춰 걸어요. 가끔은 그러다 길을 잃기도, 때로는 일부러 길을 새기도 해요. 순례길은 참 이상한 곳이에요. 혼자 걷지만, 홀로 걷지는 않아요. 언어도 직업도 발 모양도 다 다른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요. 차마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온전히 느낄 수는 있던 어떤 숭고함이 그곳에 있었어요. 다시 한번 이 아름답고 따스하고 숭고한 공연에 함께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00:00 Intro
01:43 Narration
07:45 Improv Rise
11:20 Improv #1
20:17 Improv #2
33:03 Improv #3
37:07 Improv #4 (somewhere, sweet home)
51:23 Shift
54:48 Improv #5
1:04:55 Improv #6
1:12:54 Improv #7 (with pilgrim)
1:20:35 Outro
공연을 시작하는 날, 나는 모처럼 긴장이 되어 잠을 못 잔 상태였다. 일찍부터 집에 있는 피아노 앞에서 기도를 했고, 천천히 오래 피아노를 만졌다. 그리고 멤버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최근 며칠은 제가 나 자신에 관한 몰입, 지난 여정, 떠올리고 싶은 풍경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공연에 접근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음에도 그걸 잊고 있었네요. ‘공연’이라는 것을 앞세워 구성을 떠올리고, 장치를 마련하고, 소리가 전달되는 것을 다듬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아요. 그것에 사로잡혀 여러분에게 주문을 했던 것들은 다 잊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해주세요. 우리는 공연 중에 각자의 상태 안에서 언젠가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공연에서 우리는 서로의 곁을 감싸고, 각자의 그리고 함께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날 나는 잠에 들면서 공연이 끝났다. 눈을 떠보니 시간을 알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1시간 4분이 지나 있었다. 첫날의 공연은 감사하게도 멤버들이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날이었다.
다음 날, 자고 일어나서 몸과 마음의 상태가 너무 좋았다. 둘째 날의 공연은 특별했다.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예기치 못한 장난과 제안도 서슴지 않았고, 일부러 멀찍이 떨어져 멤버들을 보고 있기도 했다. 나는 피아노 위에 있던 오르골을 내려놓고 사람들을 더 불러 모았다. 세라와 자리를 바꿔 연주를 했고, 종환은 노래를 했으며, 취한 중원은 마음속에서 문워크를, 예지는 중동에 다녀왔다고 했다. 나는 잠깐 신디사이저 위치에 있었는데, 작동 방법을 잘 몰라 만지작거리다가 ‘유채’님의 ‘순례자의 길’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유채님은 원래 우리와 함께 공연을 하려고 했지만, 9월 초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며 유채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나는 유채님이 공연 전에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여정은 계속되어야 했고, 나는 우리가 함께 공연을 하는 대신 유채님이 목표한 장소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순례 중의 소리를 보내주기를 요청했던 것이다. 우리의 공연은 관객들이 이 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마지막 날, 우리는 이 소리와 협연을 하고 있었다. 1시간 30분이 지나 있었다.
이 여정에 함께한 모든 존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Thank you, this is vivid and splendid.
I’m glad you found it vivid and splendid. Thanks for watching!
소리와 빛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마치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고 온전합니다. 감사합니다.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그 시공간의 존재들 덕분입니다. 이런 저런 어지러운 소식들이 많은 세상이지만, 따듯하고 복된 새해되시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천사들..ㅠㅠ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Jadu님,
Jadu님이 오셨던 첫날의 공연도, 이 영상의 다음 날의 공연도 제게는 하나의 꿈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어디서든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그새 잊고 있던 순례길에서 느꼈던 감각을 다시 이렇게 기억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한 게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100km 정도를 남겨둔 시점이었는데, 초반과는 다르게 하루에 사계절이 있는 것처럼 날씨가 참 변화무쌍한 마지막 며칠이었어요. 안개가 무릎 아래로 깔려있고…. 머리 위로는 우산이끼들이 커다란 나무들을 감싸고 있는 어느 숲속을 걷고 있던 아침이 이 공연을 보며 가슴에서 요동쳤어요.
단단한 땅을 박차고 걷는 발의 느낌, 코로 들어오는 젖은 공기, 걷다 보면 밤송이가 떨어지는 소리, 개울이 흐르는 소리,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 새의 지저귐, 그리고 간혹 소 울음소리가 들려와요…. 그러다 “부엔 까미노!” 하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요. 나의 앞에 사람들이 걸어가고. 뒤를 돌면 내가 지나 온 길에 사람들이 걸어와요. 때로는 누군가와 지나온 삶을 공유하게 되고, 그러면 우리는 발을 맞춰 걸어요. 가끔은 그러다 길을 잃기도, 때로는 일부러 길을 새기도 해요.
순례길은 참 이상한 곳이에요. 혼자 걷지만, 홀로 걷지는 않아요. 언어도 직업도 발 모양도 다 다른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요. 차마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온전히 느낄 수는 있던 어떤 숭고함이 그곳에 있었어요. 다시 한번 이 아름답고 따스하고 숭고한 공연에 함께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혼자 걷지만, 홀로 걷지는 않아요."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어쩌면 유채님 순례길의 소리를 재생하며 함께하던 시간에서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기꺼이 그 시간을 공유해주셔서 행복하네요. 감사해요. 유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