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걸기] 부부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
-문정희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다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함께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 보는 사이이다
서로를 묶는 것이 거미줄인지
쇠사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부부란 서로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오도 가도 못한 채
죄 없는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몽환적인 안개나무를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꿈꾸는 안개 속 같은 삶을 살아가는 서로에게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감사하다고.

[@user-rz9vp3dx2q]

늘 선생님의 아름다운 글, 손, 그림... 너무 힐링되네요. 보고 싶구요. 선생님도, 가온이도.... 저 서은정이에요^^ 우리 만나요, 이은림 시인님과^^ ㅎ

[@jakjak.e]

아하~~서은정쌤이셨구나~~^^
가끔 써주시는 따뜻한 댓글에 늘 힘이 되고 감사하는 마음이었어요~~
네~~조만간 뵙도록해요~~!!레오님~~ㅎ

[@susankang.8081]

축하합니다! ❤
벌써 20주년이라니 놀랍네요!
제눈엔 작작이님은 늘 30대 처럼 보여요~ ㅎ
비가 내리는 모처럼 한가한 오후에 여유롭게 좋은글과 작품 잘 감상했읍니다. 고맙습니다!

[@jakjak.e]

아구~~쑥스럽네요;;;
감사감사합니다~~😊

[@dal_sure]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안개나무를 보며 감탄하고 그 감탄을 이렇게 그림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작이님. 그 자체가 참 아름답습니다. 안개나무를 생각하며 저도 글 한번 써야 겠네요. ^^

[@jakjak.e]

😅감사합니다~~
시인의 시선에서 느끼는 안개나무의 이야기도 넘 기대돼요~~😊

[@user-rz9vp3dx2q]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제가 조금 더 결혼선배인데 결혼에 대해 선배답지가 못 한 것 같아요. 자기 성찰합니다 ㅎ

[@jakjak.e]

아구~부끄럽습니다;;;
저 또한 평생토록 성찰의 점철을 밟아갈 듯 합니다~ㅎㅎ

[@user-hr1lz1vg4v]

솜사탕 같은 안개나무 ...
작작이님의 어느덧 20주년 결혼기념일... 추카추카...
그 날도 오늘처럼 사랑의 비가...♡♡♡

[@jakjak.e]

히힛~감사합니다~^^

[@user-ux7ml3tw7o]

벌써 20주년 이러니.....축하드리며, 저와도 인연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jakjak.e]

아고;;;이리 축하까지 받으니 정말 쑥스럽네요😅
쏜살같이 달려가는 무심한 세월이지만 그 속에서도 유심한 찐한 인연으로 함께 할 수 있음에 진심진심 감사합니다~~🥰

[@siwonart]

그냥 내편인 사람. 내편 안들어주면 남보다 못함.

[@jakjak.e]

하하하~~~그래서 부부가 웬수가 되기도 한다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