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오늘 아침에 할머니를 뵙고 왔다고 했다. “은경아(?) 너 엄마가 우리 초등학생도 되기 전에 명동 가서 만두 사줬던 거 기억나?” “아니 기억 안 나지” “맞지. 너 나보다 어려서 기억 못할 거라니까” 이모는 곧 할머니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었던지에 대해 얘기했다. 할머니가, 그러니까 이모의 엄마가 끓이던 육개장, 잡채, 갈비찜, 직접 만두피를 만들어 삶았던 만두. 큰 이모랑 셋째 이모는 말 그대로 피를 빗는 담당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언제부터 자주 먹지 못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 - 이야기, 또 이야기. 이모가 말했다. “외갓집 새로 짓는다고, 엄니 아버지 유성아파트(?)로 집과 당신들 옮겨오셨을 때, 신호등 하나 건너지 않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정우, 엄니, 아버지 함께 볼 수 있었어. 그리고 그건 나한테 정말 정말로 기쁘고 편안한 일이었어. 생각해 보면 이전 집에 살고 계실 때도 먼 거리가 아니었는데. 나는 왜 우리 집을 자주 찾아가지 않았을까. 가끔 후회가 된다.” 말 꺼낸 이모조차 눈앞에 두고서 어쩔 줄 모르는 그 이야기들을, 그 당시에 이모 나이대에 내가 알아본다. 하지만, 나는 이모 이야기를 이모만큼 절절하게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모가 그때 그 시간들의 의미를 그때엔 알지 못했던 것처럼, 나도 이때 이 시간의 의미를 이때는 모를 테니까. 이모랑 이모부가 내는 목소리, 웃음소리, “야” 하는 장난스런 호통소리. 잃어버린 것들을 얘기하며 내는 울먹이는 낮은 소리, 날 부르는 소리. “정우라는 이름을 참 잘 지었어, 부르기 좋고, 이쁘고, 울림도 다정하잖아”라고 얘기하는 그보다 더 다정한 말소리.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간 날 두고 사라질 거야. 기차보다 비행기보다 빠르게 날 지나칠 거야. 나는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헤어지게 될 거야. 그래, 그런 날이 올 거야. 설거지를 마치고 다시 식탁에 앉았을 때, 엄마는 엄마 몫의 유품으로 받았던 할머니의 조끼를 입고 있었다.
그대 밤을 달리는 짐승 달아나는 지친 발걸음 긴 잠을 부르는 들숨 나란히 눕는 어느 한기에 (나레이션) 변함없는 이야길 찾아 먼 사방을 뒤적이고 둘러봐도 빛이 없다 쌓인 눈을 나 밟아간다 어젯밤은 이 새벽보다 조금 더 낫던 것도 같지만 좋은 것들 내려둬서 자장자장 잘도 잔다 그대 밤을 달리는 짐승 달아나는 지친 발걸음 긴 잠을 달래는 들숨 나란히 눕는 어느 한기에 듣고 적은 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모는 오늘 아침에 할머니를 뵙고 왔다고 했다.
“은경아(?) 너 엄마가 우리 초등학생도 되기 전에 명동 가서 만두 사줬던 거 기억나?”
“아니 기억 안 나지”
“맞지. 너 나보다 어려서 기억 못할 거라니까”
이모는 곧 할머니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었던지에 대해 얘기했다.
할머니가, 그러니까 이모의 엄마가 끓이던 육개장, 잡채, 갈비찜, 직접 만두피를 만들어 삶았던 만두.
큰 이모랑 셋째 이모는 말 그대로 피를 빗는 담당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언제부터 자주 먹지 못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 - 이야기, 또 이야기.
이모가 말했다.
“외갓집 새로 짓는다고, 엄니 아버지 유성아파트(?)로 집과 당신들 옮겨오셨을 때, 신호등 하나 건너지 않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정우, 엄니, 아버지 함께 볼 수 있었어. 그리고 그건 나한테 정말 정말로 기쁘고 편안한 일이었어. 생각해 보면 이전 집에 살고 계실 때도 먼 거리가 아니었는데. 나는 왜 우리 집을 자주 찾아가지 않았을까. 가끔 후회가 된다.”
말 꺼낸 이모조차 눈앞에 두고서 어쩔 줄 모르는 그 이야기들을, 그 당시에 이모 나이대에 내가 알아본다. 하지만, 나는 이모 이야기를 이모만큼 절절하게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모가 그때 그 시간들의 의미를 그때엔 알지 못했던 것처럼, 나도 이때 이 시간의 의미를 이때는 모를 테니까.
이모랑 이모부가 내는 목소리, 웃음소리, “야” 하는 장난스런 호통소리.
잃어버린 것들을 얘기하며 내는 울먹이는 낮은 소리, 날 부르는 소리.
“정우라는 이름을 참 잘 지었어, 부르기 좋고, 이쁘고, 울림도 다정하잖아”라고 얘기하는 그보다 더 다정한 말소리.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간 날 두고 사라질 거야.
기차보다 비행기보다 빠르게 날 지나칠 거야.
나는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헤어지게 될 거야.
그래, 그런 날이 올 거야.
설거지를 마치고 다시 식탁에 앉았을 때, 엄마는 엄마 몫의 유품으로 받았던 할머니의 조끼를 입고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 에피소드가 가장 잘 어울리고 너무 좋아요..
좋은 울림😂
고맙습니다 :) 푹 쉬세요!
감사합니다 ㅠㅠ
그대 밤을 달리는 짐승
달아나는 지친 발걸음
긴 잠을 부르는 들숨
나란히 눕는 어느 한기에
(나레이션)
변함없는 이야길 찾아
먼 사방을 뒤적이고
둘러봐도 빛이 없다
쌓인 눈을 나 밟아간다
어젯밤은 이 새벽보다
조금 더 낫던 것도 같지만
좋은 것들 내려둬서
자장자장 잘도 잔다
그대 밤을 달리는 짐승
달아나는 지친 발걸음
긴 잠을 달래는 들숨
나란히 눕는 어느 한기에
듣고 적은 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레이션 너무 좋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