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월지가 23년 2월호] 10 눈 온 아침(박동진詩. 강한뫼曲) - 소프라노 허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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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іковано 7 лют 2025
- [ 2월지문 ]
눈 온 아침(박동진詩)
'가곡을 붙일 수 있는 시'는 정형적인 것이 아니다. 세기를 걸쳐 특징지어 진 가곡이란 장르의 구조가 어떤 시의 구조와 흡사해 음악을 붙이기 상대적으로 쉬운 형태는 존재한다. 가령 작사가 그 음악적 구조를 염두하고 쓰는 글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극본을 기초로 노래를 만드는 오페라 역시 생각한다면 노래로 될 수 있는 글에 대한 제약은 애당초 없다. 가곡은 '시를 위한 음악'이다. 시를 위한 음악적 준비, 어떤 시를 만나는 때의 개인의 음악적, 언어적 역량이 해당 시의 문학적 에너지를 품을 수 있다면 가곡이 될 수 없는 시는 도리어 없다. 필자는 이를 "시를 만났다"고 표현한다.
어쩌다 이 시를 만나게 되었을까. 박동진 시인께 이 음악을 공유드리고 받은 회신 메일의 첫 문장도 '시와 만남'을 언급한다. "모래알처럼 많은 시들 중에 어쩌다 그 시가 선생을 만나게 되었을까 신기합니다. 그리고 내가 늦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해 두 권의 시집을 내면서 그 시만 유일하게 내 청년 시절에 쓴 시이기에 시를 쓴 사람 입장에서 이 또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전히 인터넷 검색 중 우연했던 이 시와의 만남은, 밤새 쌓인 눈을 아침에 갑작스레 맞아 신이나 안기듯 뛰어드는 일과 같았다. 영화 러브레터의 장소 삿포로 오타루의 설경을, 겨울이면 끝없이 동경해온 탓에 시의 시간과 배경은 이미 머리 속에 가득 하고, 언어를 따라 부르는 흥얼거림에는 막힘이 없다. 시에 담긴 호흡은 그만큼 음악적으로 자연스러웠고, 시상은 주인공 와타나베 히로코가 설원에서 외치는 "오겡끼데스까" 탓에 다소 상투적이긴해도 분명했다.
'상투적임', 클리셰(Cliché),
진부함과 고정관념을 말하는 '클리셰'의 발전이 본 작품의 새로움이다. 겨울의 음악인 캐롤(Carol)의 화성적, 선율적 뉘앙스를 빌려, 그로인한 시상의 절대적 공감을 유도한다. 시의 첫 행은 이미 눈이 온 아침을 말하기에, 피아노의 서주는 눈이 오는 전날 밤의 소리로 음악을 시작한다. 그렇게 맞게 된 눈 온 아침의 시간은 따뜻함과 차가움의 경계에 놓여 있을진데. 의식하지 않은 어느 때인가 아이의 언어로 바뀐 화자의 말은 정의 내리기 어려운 그 시간의 온도처럼 햇살에 포근하고도 찬 공기에 쓸쓸하다.
p.s.
시인의 말씀에 따르면, 1979년 그의 군복무 시절 겪게 된 10. 26 그리고 12. 12 시국 사건에 대한 혼돈 중, 1980년 1월 1일 흰 눈으로 덮인 순백의 세상을 바라보며 썼던 시로, 언뜻 동시 같기도 하지만 암울한 시기를 헤쳐나가려는 결연한 의지와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2023. 2. 1. 수
작곡가 강한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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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아침
나는 동화 속 아이가 되어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걸어봅니다
한참 걷다 뒤돌아보면
움푹움푹 고르지 못한 발자국이 따라오지만
숲속의 요술쟁이 할멈을 만나도
무섭지 않아
이렇게 자꾸만 가면
이 세상 하얗게 만든 분을
꼭 만날 것 같습니다
/ 박동진
[Credit]
소프라노 허은정
피아노 강한뫼
작곡 및 음악책임 강한뫼
영상제작 및 감독 안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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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강한뫼 한국가곡 프로젝트
MOIWOLJIGA
뫼 月 之 歌
작곡가 강한뫼 한국가곡이 기록되는 달月의 노래
매 월, 그 계절의 노래
가곡에는 '언어'가 있고 '음악'이 있으며, '사람'이 있다. 그 음악은 시로부터 나오며, 이를 표현하는 언어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살아가면서 언제나 이 세 가지가 함께하여 나를 성장케 할 것이나, 돌아오지 않을 시간의 '언어'와 '음악', 그리고 '사람'을 기록함은 시절時節/詩節을 영영 간직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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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N MOI KANG ]
composer, arranger, orchestrator
from Korea, Republic of
📮 hanmoi.kang@gmail.com
(공식홈페이지 Official) hanberg.modoo.at
(More INFO.) linktr.ee/hanberg
#월간강한뫼 #박동진 #눈온아침
너무 멋져요!
역시다!!
Bra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