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오 카쿠]물리학자가 본 외계 문명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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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14 лис 2024

КОМЕНТАРІ • 12

  • @skjcast
    @skjcast  3 роки тому +26

    정신분석학을 문화 비평과 정치철학에 탁월하게 접목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스타워즈의 오프닝을 빗대서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시작 화면에는 칠흑같은 어둠이 펼쳐져 있고, 곧이어 진동과 함께 거대한 우주 함선이 튀어나오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이 출현은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도를 가져온다. 진짜 공포는 바로 끝없는 심연의 입벌림 그것이다.” 사물의 이해불가능성은 트라우마적인 고통이고, 상징적 질서는 이를 덮기 위해 사후적으로 구성된다는 말입니다. 적절한 인지 범주를 가지지 못한 사물은 인식과 통제가 불가능하기에 고통스러우며, 이를 처리하기 위해 인간이 각종 양식들을 만들어낸다는 말을 이토록 요란한 비유로 풀어내는 지젝은 역시 재치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본 영상에 자막을 붙이면서 우주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봤습니다. 이렇게 아득히 방대한 곳에서, 우리가 있는 이곳이 유일하게 생명이 있는 곳인가? 나라는 감각은 유전 기계와 문화 장치 사이에서 재생산에 복무하는 환상의 거품 같은 것일 수 있고,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미미하며 필연적으로 사라질 일순간의 우연일 수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오히려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나 숨은 인격적 창조자가 어딘가에 있는 것이 낫겠다 싶더군요. 이 터무니없음 앞에서, 어떤 설명이라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음 또는 그저 있음보다 거대한 힘들의 전쟁, 무시무시한 악과 도달할 수 없는 선이 등장하는 스토리가 덜 괴롭습니다. 불가해한 운명과 죽음, 고대인들의 종교적 엑스터시, 수와 질서를 숭배하는 피타고라스, 플라톤의 영원한 세계, 절대자와 영혼의 불멸, 예정된 종말과 구원, 이성의 빛과 역사의 진보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스토리들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듯했습니다.
    실재는 트라우마적임을 표현하는 지젝의 비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생각해 보면, 근래에 우리 문화에서 이런 절대적인 이해불가능성의 요소는 급격하게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공간이나 현상이 없습니다. 일종의 경외심과 두려움이 남아있는 공간은 심해와 우주 정도인 것 같은데, 그러한 소재도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영화를 예로 들자면, 20세기 후반에 나온 영화들인 에일리언이나 더 씽은 우주에서 온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쥐라기 공원의 본래 주제는 자연의 힘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터미네이터는 기계를 기본적으로 무감각하고 위협적인 적대자로 묘사합니다. 매트릭스는 가상 공간과 프로그램이 현실의 인간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21세기에는 이것들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새로운 에일리언 시리즈의 초점은 창조주와 피조물 간의 관계로 바뀌었고, 더 씽의 프리퀄은 외계 생물체가 지구에 도달한 경위를 설명합니다. 쥐라기 공원에서 사람을 해치는 것은 유전자 조작 크리쳐고, 공룡이 오히려 사람을 구해줍니다. 터미네이터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로봇으로 변모했습니다. 매트릭스와는 반대로, 오히려 인간은 가상 세계와 연결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최대의 위기는 우주적인 힘을 모아 죽음을 휘두르는 타노스가 생명체의 절반을 소멸시키는 것이고, 천재 과학자, 첨단 기술자, 슈퍼 솔져, 방사능 괴물, 마법사, 천둥의 신 등 영웅들이 모두 모여서 이에 대항하고, 과거를 바꾸기 위해 양자역학을 이용해 다중우주로 건너가고, 결국 고집스럽던 첨단 기술자가 스스로를 희생하여 만물이 소생하고.. 이러한 변화의 양상을 봤을 때, 대중 문화를 사회적 환상의 반영으로 보는 지젝의 관점에 상당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근대에 소설이 하던 역할을 현대에는 영화가 하고 있다면, 영화에 반영되고 있는 시대상의 변화와, 상상을 표현하는 최고의 스펙터클 형식인 영화보다도 오히려 딱딱한 숫자와 지식 체계인 수학과 과학이 더 충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제겐 상당히 놀랍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21세기의 영화들 중에서, 이런 학문의 첨단을 최고조로 반영하고 있는 것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것인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무한한 순환 패턴을 나타낸 인셉션, 고차원 중력 이론을 시각화한 인터스텔라, 플롯에 시간의 역행을 도입하고 시각화한 테넷이 그렇습니다. 그 외에 영화 산업을 전체적으로 보면, 세계의 재현과 가능한 세계를 보여주는 역할을 맡아 왔던 예술이 이제는 그 내용과 형식 모두에 있어서 학문과 기술에 뒤처지는 양상인 것 같습니다. 공룡을 부활시킨다, 전격 자율 주행 자동차,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기, 경험을 인터넷으로, 가치를 안전하게 저장할 화폐, 유전자 가위, 우주 여행 등등 오히려 현실이 상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아마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미래가 개방적이고, 변화의 속도가 빠릅니다. 제 생각에 인간이 역사적으로 사용해 온 서사가 내용과 형식 면에서 모두 구멍이 뚫리고 있는데, 이러한 급격한 경계의 해체 및 규범의 부재는 사람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하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심연의 입벌림을 마주하여 미래에 책임이 있는 주체는 우리들이고, 여러 분야에 걸쳐 충격을 완화할 사회적 협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주의 규모와 관련해서 요란한 사변과 문화 비평을 뒤로 하고, 과학 얘기를 하자면 이러한 탐구가 중요한 것은 그게 우주의 운명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재의 관측 결과대로 암흑 에너지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고 은하들은 점점 더 멀어지고 우주는 모든 것이 흩어져 무로 돌아가는 열죽음으로 끝을 맞게 될 겁니다. 물론 그것은 우리 세대의 일과는 한참 거리가 멀지만, 물리학자들이 다중우주를 찾는다, 다른 행성으로 진출하는 종이 되어야 한다 같은 소리를 왜 하는지 상당히 이해가 되네요. 미래를 보고 살아가는 종인 인간으로서, 우주 개척과 이주 사업을 고대 이집트인들이 사후의 삶을 위해 피라미드를 건설한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본다면 몇 세대에 걸친 초국가적인 거대 사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정확한 우주 모델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95%의 비밀을 조사하러 유클리드라는 위성을 내년에 보낸다고 합니다. 대략 6년 이상을 데이터를 수집해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하네요. 앞으로 물리학의 발전 양상은 표준 모형의 변화를, 천문학의 발전은 현재 표준인 ΛCDM 우주 모형의 변화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 우주에 대해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기대됩니다.

    • @정현우-d8k9g
      @정현우-d8k9g 3 роки тому

      당장 2010년대에 시작된 시리즈도 비슷한 노선을 탑니다. 초월자, 불가사의, 대자연의 지위로 격상되었던 가렛 에드워즈의 2014년 고질라도 그의 손을 떠난 다음에는 그런 지위를 잃어버렸지요.

    • @정현우-d8k9g
      @정현우-d8k9g 3 роки тому

      애초 50년대의 신을 가져다 90년대에 하나의 짐승으로 재해석했던 것에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도 있었던 시도였는데, 그것마저 이제는 오래는 못 가나 봅니다.

    • @정현우-d8k9g
      @정현우-d8k9g 3 роки тому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로봇 ㅋㅋㅋㅋ 이런 뻔뻔하고 은근한 상호텍스트성 좋습니다

    • @yamcipe1659
      @yamcipe1659 Рік тому

      딘순한 이야기를 어렵게 말씀하시는 능력이 있으시네요.. 악의는 없습니다. 귀한 영상 잘봤습니다

    • @코양2
      @코양2 4 місяці тому

      ​@@yamcipe1659 뭐 단순화 해서 얘기해야 되는 것도 있고 최대한 풀어 해상도 높게 얘기해야 좋은 것도 있습니다 주인장분은 본인이 생각하신 부분들을 최대한 덜어내지 않고 문장 하나하나 맥락이 어디에서 왔는지 담으려고 하다보니 저렇게 길게 풀어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 @송송포
    @송송포 3 роки тому +4

    다른 채널이 번역 앵무새라면 이 채널은 주인장님 본인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Nick-cv7nq
    @Nick-cv7nq 3 роки тому +1

    양질의 영상을 덕분에 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경이롭습니다 ㅎㅎㅎ

  • @kimgoni
    @kimgoni 3 роки тому

    질문자를 최근 비트코인 관련 영상에서 자주 보았었는데, 누군지 알수있을까요?
    팟캐스트인가요? 라디오인가요?

    • @skjcast
      @skjcast  3 роки тому

      렉스 프리드만이라고 MIT 출신 AI 기술자입니다. 영상은 본인 팟캐스트고,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 것 같네용

    • @kimgoni
      @kimgoni 3 роки тому

      @@skjcast 답변 감사합니다. 영상도 너무 잘보고있습니다. :)

  • @채권총론
    @채권총론 3 роки тому +1

    이 채널을 애정해 마지 않는 것은 서사가 해체된 오늘날 우리의 실존적 고뇌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피터슨과 지젝을 경유해 우주물리학까지!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