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인문, 철학과는 거리가 다소 먼 공과대 학생입니다. 예전부터 꾸준히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데, 아직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많더군요.. 혹시 인문, 철학, 종교, 과학 등에 관련하여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조언 구해봅니다. 항상 올려주시는 영상이나 그 밑의 글들 잘 보고있습니다. 이제 저도 그 말들을 이해해보고 싶군요.. 항상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시겠지만 진리를 찾아가는 단 하나의 지도는 없고, 길은 무수히 많습니다. 인문, 철학과 관련해서 제가 조언을 드릴 수 있다면 두 가지 루트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첫째로 언어학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언어학이 분류상으로는 인문학인데, 최소 단위를 정하고 규칙성을 발견하는 점에서 아주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공학도들이 언어학에 대해서 이해와 습득이 굉장히 빠르더군요. 언어학 전체를 전문가처럼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현대 언어학의 기본이 되는 구조주의라는 패러다임이 있습니다. 의미를 규정하는 불변적인 구조가 있고, 그 안에서 차이들이 정의되어 관계를 맺고 체계를 형성한다는 겁니다. 현재 언어학의 최고 권위자인 촘스키의 이론은 인간 언어는 유한한 규칙을 바탕으로 무한한 문장을 생성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이 패러다임이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역사학, 철학 등으로 번져나갑니다. 예를 들어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원시사회를 구조주의의 틀로 분석하면서, 한 사회가 가진 문화의 총체는 만화경과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만화경 안에 든 조각은 유한하지만, 그걸 빙글빙글 돌리면 무한한 패턴이 나옵니다.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은 심리 분석에 구조주의를 적용하여 무의식이 언어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유한하지만, 욕망과 충동은 무한히 변형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구조주의가 인접 분야와 마르크스주의 및 프로이트주의와 같은 강력한 사상들과 결합하고, 문학 비평과 사회 비평, 정치철학으로 발전하면서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구조의 불변성을 강조하는 것이 구조주의라면, 구조의 불변성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후기구조주의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가 주로 프랑스와 크게는 유럽을 중심으로 번져나갔고, 이걸 대륙철학이라고 합니다. 영미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적이고 과학적인 전통 하에서 분석철학이라는 스타일이 나타납니다. 이건 언어에서 형이상학적 거품을 제거하고 과학적으로 다듬으려는 기획에서 출발합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전기와 후기에 책을 한 권씩 냈습니다. 전기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세계를 표현하는 그림이며 올바른 그림은 단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 그림이 다른 그림보다 옳은지는 모호한 문제입니다. 후기에 가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우리의 삶을 기초짓는 규칙들이라고 주장을 뒤집습니다. 복수의 규칙들이 있고 그것들은 삶을 위해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언어가 가진 수행적 힘에 대한 논의와 규칙들 간의 정당성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하고, 영미권에서도 윤리학, 정치철학에서는 고전적 스타일의 철학이 복귀하게 됩니다. 분석철학의 관심은 언어철학에서 심리철학으로 이동하고, 현재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밝히려는 심신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게 대략적인 현대 사상의 풍경입니다. 둘째로 세계사를 읽어야 하는데, 제가 추천하는 건 인문학적 관점에서만 서술하는 전통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지리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여러 수준에서 다양한 조건을 풍부하게 고려하여 서술하는 책들입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등이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왜 유럽에서는 민주적 사상과 제도들이 나왔고 동아시아에서는 그러지 않았을까? 원주민들은 왜 유럽 정복자들보다 전염병에 취약했을까? 농업 혁명은 어떤 영향을 가져왔고 정보화 혁명은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이런 책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역사를 국소적이고 특정 관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점에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루트는 구조주의를 통해 현대 사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인류 발달사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겁니다. 그러면 전체를 보는 감각이 생기고 디테일을 마음껏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이분 인문,철학,과학,예술 등등 주제 상관 없이 올리시는 영상들의 질이.. 진짜 진흙 속 진주인듯 꼭꼭 씹어 보겠습니다!!!
업로드 해주시는 자료들의 수준이 정말 놀랍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영상 너무 감사합니다..! :)
양질의 영상자료 매번 감사합니다.
크 이번엔 미치오 카쿠 시리즈군요! 좋습니다!
왔다.. 내 포르노그래피
감사합니다!!!
유한과 무한의 콜라보레이션
감사합니다
혹시 썸네일 이미지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프랙탈 도형입니다~~
@@skjcast 혹시 어디서 이미지를 구하셨는지요? ㅠㅡㅠ
@@infoview4 towardsdatascience.com/creating-fractals-with-python-d2b663786da6
(towards data science : Creating fractals with Python)
@@skjcast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인문, 철학과는 거리가 다소 먼 공과대 학생입니다. 예전부터 꾸준히 영상을 시청하고 있는데, 아직 이해하기 힘든 말들이 많더군요.. 혹시 인문, 철학, 종교, 과학 등에 관련하여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조언 구해봅니다.
항상 올려주시는 영상이나 그 밑의 글들 잘 보고있습니다. 이제 저도 그 말들을 이해해보고 싶군요.. 항상 감사합니다.
물론 이 분야가 몇개월 공부했다고 통찰을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님은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시겠지만 진리를 찾아가는 단 하나의 지도는 없고, 길은 무수히 많습니다. 인문, 철학과 관련해서 제가 조언을 드릴 수 있다면 두 가지 루트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첫째로 언어학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언어학이 분류상으로는 인문학인데, 최소 단위를 정하고 규칙성을 발견하는 점에서 아주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공학도들이 언어학에 대해서 이해와 습득이 굉장히 빠르더군요. 언어학 전체를 전문가처럼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현대 언어학의 기본이 되는 구조주의라는 패러다임이 있습니다. 의미를 규정하는 불변적인 구조가 있고, 그 안에서 차이들이 정의되어 관계를 맺고 체계를 형성한다는 겁니다. 현재 언어학의 최고 권위자인 촘스키의 이론은 인간 언어는 유한한 규칙을 바탕으로 무한한 문장을 생성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이 패러다임이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역사학, 철학 등으로 번져나갑니다. 예를 들어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원시사회를 구조주의의 틀로 분석하면서, 한 사회가 가진 문화의 총체는 만화경과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만화경 안에 든 조각은 유한하지만, 그걸 빙글빙글 돌리면 무한한 패턴이 나옵니다.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은 심리 분석에 구조주의를 적용하여 무의식이 언어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유한하지만, 욕망과 충동은 무한히 변형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구조주의가 인접 분야와 마르크스주의 및 프로이트주의와 같은 강력한 사상들과 결합하고, 문학 비평과 사회 비평, 정치철학으로 발전하면서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구조의 불변성을 강조하는 것이 구조주의라면, 구조의 불변성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후기구조주의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가 주로 프랑스와 크게는 유럽을 중심으로 번져나갔고, 이걸 대륙철학이라고 합니다. 영미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적이고 과학적인 전통 하에서 분석철학이라는 스타일이 나타납니다. 이건 언어에서 형이상학적 거품을 제거하고 과학적으로 다듬으려는 기획에서 출발합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학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전기와 후기에 책을 한 권씩 냈습니다. 전기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세계를 표현하는 그림이며 올바른 그림은 단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 그림이 다른 그림보다 옳은지는 모호한 문제입니다. 후기에 가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우리의 삶을 기초짓는 규칙들이라고 주장을 뒤집습니다. 복수의 규칙들이 있고 그것들은 삶을 위해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언어가 가진 수행적 힘에 대한 논의와 규칙들 간의 정당성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하고, 영미권에서도 윤리학, 정치철학에서는 고전적 스타일의 철학이 복귀하게 됩니다. 분석철학의 관심은 언어철학에서 심리철학으로 이동하고, 현재는 몸과 마음의 관계를 밝히려는 심신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게 대략적인 현대 사상의 풍경입니다.
둘째로 세계사를 읽어야 하는데, 제가 추천하는 건 인문학적 관점에서만 서술하는 전통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지리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여러 수준에서 다양한 조건을 풍부하게 고려하여 서술하는 책들입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등이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왜 유럽에서는 민주적 사상과 제도들이 나왔고 동아시아에서는 그러지 않았을까? 원주민들은 왜 유럽 정복자들보다 전염병에 취약했을까? 농업 혁명은 어떤 영향을 가져왔고 정보화 혁명은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이런 책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역사를 국소적이고 특정 관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점에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루트는 구조주의를 통해 현대 사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인류 발달사를 통해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겁니다. 그러면 전체를 보는 감각이 생기고 디테일을 마음껏 추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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