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서산동 보리마당에 걸린 김선태의 시 '서산동할매집'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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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21 вер 2024
  • 목포 서산동 시화골목을 끝까지 오르면, 옛적엔 보리를 타작했다던 널따란 언덕 보리마당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김선태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내려다본 파란 목포 앞바다가 슬프게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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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동 할매집
    김선태
    서산동 언덕배기 보리마당에는 칠순 할매가 간판도 없이 막걸리를 파는 집이 하나 있는데요 이곳에서 한번 술잔을 기울인 사람은 다시 안 오고는 못 배기지요 대체 술맛이 어쩌길래 그리 허풍을 떠느냐고요? 온금동과 이웃한 서산동은 목포에서 소문난 달동네 짜디짠 가난에 절인 섬사람들이 뭍으로 건너와 배도 타고 부두 노동도 하며 제비집처럼 깃들어 사는 곳 요즘엔 보기에 근천스럽다 재개발 지역으로 낙인찍힌 곳 허나 폭폭한 삶 너머 풍광만큼은 죄 없이 아름다워서 한국판 몽마르트르 언덕이 따로 없지요 낮이면 목포 앞바다와 다도해가 한 폭 수묵화로 펼쳐지고 밤이면 애옥살이 집들이 켜든 자잘한 불빛들이 눈물 글썽이지요 그 모습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은 무담시 짠하고 막막해져서 술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도리 없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지요 해질녘 섬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노을은 또 어떻고요 이러니 풍광을 곁들여 마시는 술맛이 서럽도록 황홀하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그 맛에 한번 길든 사람이면 시시때때 할매집이 눈앞에 삼삼해설랑 워매워매 그 징하디징한 깔크막을 헉헉대며 기어오를 수밖에 없으니 이만하면 그냥 쓰잘떼기 없는 허풍이라고 타박하진 않겠지요
    김선태 시집 그늘의 깊이

КОМЕНТАРІ • 1

  • @SL-ql1zp
    @SL-ql1zp 2 роки тому +2

    참, 아름다운 시… 목포에 가면, 꼭, 거기서 막걸리 한잔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