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09](화) [동녘글밭] 어디까지 한글인가

Поділитися
Вставка
  • Опубліковано 7 лип 2024
  • [240709](화) [동녘글밭] 어디까지 한글인가
    젊었을 때의 일들이 떠오르는 새벽입니다. 외솔 최현배에 빠져 지나친 ‘한글 사랑’에 한때 젊음을 불태웠으니까요. ‘우리말본’을 비롯하여 ‘조선민족갱생의 도’, ‘글자의 혁명’, ‘한글 가로글씨 독본’들에 푸~욱 빠졌으니까요. 그래서 어느덧 한글 순혈주의자가 되어 순수 한글을 고집스럽게 썼던 젊은 시절을 보냈읍니다.
    아직도 그때의 경험들이 몸에 배어 가능하면 순 한글을 쓰는 버릇이 있읍니다. 벌써 50년 전쯤의 일로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읍니다. 겉으로야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고집스럽게 순 한들만을 골라 썼던 젊은날이었지요.
    그후 결혼을 하고 딸, 아들, 딸을 두었는데 모두 한글 이름을 지었을 정도입니다. 첫째가 ‘울’이고, 둘째가 ‘활’이고, 셋째가 ‘들’입니다. ㄹ(리을) 돌림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할 때도 있을 정도였읍니다. 다음 세대의 손자들은 자음으로 그 다음에 해당되는 ㅁ(미음) 돌림으로 하면 좋겠다는 야무진 꿈도 가지고 있긴 했읍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몫이라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어느덧 훌쩍 반 백년을 넘겼읍니다. 그동안 한글 사랑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한글에 대한 생각의 폭이 조금씩 넓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한글 순혈주의자에서 어느덧 한글화 된 한자와 영어까지도 우리말로, 우리글로 받아 드리게 된 점입니다. 이미 우리말로 굳어진 것들을 애써 우리말 밖으로 쫓아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지요. 그 결과, 더욱 풍부하게 말글살이를 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순 우리말을 먼저 골라 쓰는 버릇은 여전합니다. 그 까닭은 이처럼 거의 매일 글을 쓰는 일상에서 더욱 깊이 우리말, 우리글의 매력에 푸~욱 빠지게 되니까요.
    따라서 오늘, 지나치다 여길 정도로 외래말 특히 영어가 판을 치고 있는 이즈음에 ‘어디까지 한글인가’라는 제목으로 우리 말글살이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여겨져 이렇게 글밭에 담고 있읍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씀을 드리면 한글 순혈주의를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또한 한자와 영어로 된 외래말 또한 굳이 골라 쓸 필요는 없다는 점도 놓지지 말아야 합니다. 가능하면 무리가 따르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즐겨 쓰는 버릇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어느덧 우리말로 굳어진 한자와 영어를 애써 외면하는 일은 현실을 부정하는 짓이니까요.
    역사의 발전 단계에서 볼 때 또한 지구촌 문화, 문명의 흐름에서 볼 때도 결국 이것저것이 하나로 뒤섞여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것이 뻔하게 보입니다. 다르면서 같은 우주 자연의 질서와 섭리에 녹아들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니까요. 지금까지 가꾸어 온 ‘우리들 문화’는 인류를 앞에서 이끄는 ‘으뜸 문화’로 그렇게 쓰일 것이 뻔한 이치입니다.
    우리의 말글살이로 한글의 참맛을 스스로 깨우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절로 그 몫을 하는 ‘우리들’로 ‘우리들의 얼’도 자랑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다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 늘 이렇게 고마움에 빠지네요.
    그렇습니다. 이런 오늘도 고마움으로 한글을 끄적입니다. 정말, 고마워요.
    This stream is created with #PRISMLiveStudio

КОМЕНТАР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