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묻힌 설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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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9 лют 2025
  • 폭설에 묻힌 설 연휴
    信火 吳現月
    천하를 탈환하는 무성의 함성
    설날을 즈음한 시골집은
    온통 백색으로 충만하고
    내 영혼의 들창엔 음력 정월 벽두부터
    폭설이 세상을 지우고 있다
    눈에 묻힌 것들의 진지한 신음
    겨울을 안간힘으로 버티는
    한랭한 나목들이 소스라치고
    지상의 입체한 모든 것들이
    흔적만 남긴 채 매몰되었다.
    모든 길 들에 절망을 묻고
    사나흘 밤낮 쉼 없이 퍼 붇는 눈
    사람들의 발걸음을 허락지 않는
    설장(雪葬)된 내 엄니의 음택(陰宅)
    멀리서 묵언의 세배 올리고
    순백색 겨울 깊은 심 처 속
    발아하는 봄 내음에 약속을 심자
    묵은 꿈들이 놀던 고샅이 보이고
    무릎을 넘는 눈길을 걸어
    아버지 따라 형제들과
    즐거이 큰댁에 설 쇠러 가던 길
    미동 없이 고운 정지된 추억
    그날의 설렘이 고스란히 남아
    내 영혼에 각인된 스냅사진
    가난한 저편 내 유년의 창가
    훨씬 더 정겨운 설경 속 풍경
    먹잘 것 없어도 겨울은 순결했고
    눈송이보다 더 포근했던 인심
    신년엔 까치가 감나무 가지에서
    명료한 짖음으로 새날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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