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바람의 언덕에서/신승희 詩 (낭송 여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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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8 лют 2025
  • 바람의 언덕에서/ 신승희 詩
    살아간다는 것은 다 바람이다
    생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람 속을 걷는 일이다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로,
    흔들리는 갈대의 몸짓으로
    장대비 같은 폭우 속에서
    휘 적이는 날개의 젖은 모습으로
    가끔은 태풍에 쓰러진
    잣나무의 굽은 등으로
    때로는 해일이 스쳐 간
    잔해 위에 아이의 울음으로
    비틀 되는 바람속의
    숨 가쁜 걸음걸음들
    한 때, 모국어도 바람에
    쓸려갔다 되돌아오지 않았든가
    민초에서,
    천하의 진시황도 떠난 것은 바람이다
    심산유곡 산새로 지저귀는 것도,
    바위 틈새 해풍을 먹고 사는 것도
    한 잎 출렁이는 이파리같이
    인연의 물결 따라 밀려왔다 밀려간다.
    우리 모두 냉정한 바람에
    실려 가는 구름 구름들이다
    이래 스치고 저래 스치는 구름 구름들
    이래 스치고 저래 스치는 바람, 바람들
    저 하얗게 질색하는 절벽 밑 바위를 봐라
    멋지고 잘 생긴
    수석의 볼을 “철썩, 때리고도
    그것도 모자라
    흰 거품을 물고 사방을 흩트리며
    성난 용의 몸부림처럼
    꿈틀대며 달려드는 파도
    이 세상 바람으로 생기는 일이다
    우리 모두 바람 앞에
    돌아가는 언덕에 풍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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