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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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12 лис 2024

КОМЕНТАРІ • 1

  • @데끼리는이렇게말했다
    @데끼리는이렇게말했다  2 місяці тому +1

    어머니
    목가적 풍경이 힘겹게 품어 감추어도
    배고픔의 숙명은 참으로 가혹했다
    세상은 산으로 만들어졌다
    문명은 멀리 있는 메아리였다
    시집가며 원시를 벗어났지만
    더 낮은 산에 갇힌 것 뿐이었다
    7남매의 맏며느리가 되었건만
    손바닥만한 땅떼기도 없었다
    살아서 뭐 하나 기가 막히는데
    동네 어르신 거친 손을 읽었다
    “앞 뜰 논도 내 논 뒤 뜰 논도 내 논”
    맨 손으로 청석을 깨 밭을 일구었다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세월도 잊은 채
    남의 땅이라도 빌려 죽기살기로 뒹굴었다
    안 입고 안 먹고 안 놀고
    좀 모라자란 듯이 흙에만 살았다
    몹쓸 가난은 잡초보다 질겼다
    그렇게 살아보려고 몸서리쳐도
    누추한 시간의 늪에 빠져들었다
    “앞 뜰 논 도 내 논 뒤 뜰 논도 내 논”
    자식들도 헐벗은 어미가 부끄러웠다
    희로애락을 잊었느냐고 했다
    일만 하려고 세상에 왔느냐고 하면
    이래 사나 저래 사나 죽으면 똑같다 했다
    잠 자는 게 제일 편하고
    게으른 세월이나 얼른 가서
    영영 눈 감는 게 소원이랬다
    한 번도 내 인생은 없었다
    부모와 서방과 자식의 그림자일 뿐이었다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 하면서
    자식들 살림살이 살얼음판 같은 것도
    죄 많은 당신 탓이라 눈시울 붉혔다
    좋은 세월에 밥은 다 먹고 사는데
    배 곯던 예전보다 더 허기진다 했다
    몸은 고목이 되어 휘어지고 부서져도
    마음은 다시금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았다
    “앞 뜰 논도 내 논 뒤 뜰 논도 내 논”
    (2011. 4. 3 오후 9:13페북 입력)
    정덕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