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의 휴양(파리, 202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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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6 лют 2025
  • 여행으로 파리에 간 동영상입니다. 안시와 샤모니에도 잠시 머물렀습니다. 감사합니다.

КОМЕНТАРІ • 44

  • @입금완료
    @입금완료  Рік тому +95

    어차피 쉬러 가는 것이면 도시든 휴양지든 상관이 없지 않을까? 그렇게 선택된 곳이 파리였다. 모두가 쉬는 곳에서 쉬기보다는, 모두가 바쁜 도시 속에서 쉬는 여행. 이것은 한량의 느낌(Hallyangness)을 한껏 더해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곳은 관광도시였다. 그리고 주말이었다. 한량을 꿈꾸다 관광객이 되었다. 걷다가 보면 어느새 목적지는 경유지가 되어 있고, 휴식을 위한 여행은 휴식을 원하는 여행이 되어 갔다. 이렇게 몸의 입장에서 본 여행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하지만 거리에 가득한 누군가의 일상을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관광객 같았던 마음은 어느새 무성영화의 관객이라도 된 기분이다. 그렇게 자신의 일상을 벗어난 관광객은 타인의 일상에서 관찰자가 된다. 마음의 입장에서 본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무엇을 해야 하는 1인칭의 일상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한 3인칭의 여행으로. 살아야 했던 삶이 보기만 해도 되는 삶이 된다. 낯선 곳에서 내가 살 수 없는 일상을 보며, 보는 수밖에 없는 삶을 보며 어느새 마음은 편해진다.
    살지 않아도 된다. 그저 보고, 그저 있기만 하면 된다. 낯선 이들의, 낯선 말들의 낯선 일상은 이방인의 존재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살고 있지만 살고 있지 않을 시간들을 휴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여행은 휴식이 된다. 몸의 여행은 휴식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여행은 휴식이 될 수 있었다.
    낯선 곳에서의 휴식은, 낯선 곳에서의 편안함은 모순적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에어컨 바람을 막아주는 여름의 이불이나 이불을 덮고서 먹는 겨울의 아이스크림 같았다. 그러고 보면 모순의 측면에서 봤을 때 도시로의 휴양은 완전한 성공이었다. 낯선 곳에서의 편안한 마음과 피곤한 몸에서의 편안한 마음. 도시로의 휴양은 모순의 휴식이었다. 몸이 힘들어지는 만큼 더 많은 일상을 응시할 수 있었고 일상을 응시할수록 마음은 편안해졌다.
    그러다가 도시가 익숙해질 즈음 우리는 안시로 떠났다. 어느새 풍경은 낯설어지기 시작했고 마음은 다시 편안해질 준비를 한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의 빈자리를 낯섦이 주는 편안함이 채워간다. 안시에서 해야 할 것은 환승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두 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타인의 목적을 구경했다. 누군가의 목적지를 경유하는 기분은 누군가의 일상을 지켜보는 일 만큼이나 순간을 삶에서 떼어놓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일종의 부유하는 삶이었다. 시간을 따라 흘러가면서 스치듯 바라볼 뿐이었다.
    부유의 시간은 그렇게 끝이 나고 샤모니로 향했다. 눈 덮인 산을 보기 위해서였다. 눈 덮인 산을 봤다. 그곳은 일종의 비수 휴양지였다. 나의 일상도 타인의 일상도 없었고, 살아야 할 삶도, 봐야 할 삶도 없었다. 나름대로 괜찮은 여행인가? 도시의 경우가 더 나은가? 어떤 여행이 더 나은 여행인지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제네바에서 비행기를 탔다. 일상으로 돌아갔다. 여행을 기다리는 일상으로, 어디로 가는 여행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 @kimhodo
    @kimhodo 11 місяців тому +7

    짧은 책 한권 읽은 느낌이네 블로그 글보고 우연히 알게됐는데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알수록 재밌네요 여행했을때 잠깐 느꼈던그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3인칭이 된 느낌..관찰자가 된 느낌..

  • @Six_Times_Mania
    @Six_Times_Mania Рік тому +49

    공감 되는 부분이 많네요. 여행지에서 관광하고 돌아다니는 게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힘들지 않은 이유.. 짊어진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은 기분 때문이죠. 그리고 여행 끝날 때마다 반드시 운동해서 체력을 기르겠다는 다짐만..

  • @귤상-c5b
    @귤상-c5b Рік тому +15

    J'adore Hallyangness.................

  • @예은-l7g4o
    @예은-l7g4o Рік тому +19

    와 영상 올리셨네요,
    생각지도 못한 고급잡지를 읽게 된 느낌

  • @hryong9966
    @hryong9966 Рік тому +16

    언제나 그랬지만, 참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 영상이네요(?) 도시로의 휴양이나, 낯섦이 주는 편안함 같이 자막이 전달해주는 익숙치 않은 단어들의 충돌이, 마치 교수님의 안내를 받으며 거꾸로 걷는 산책처럼 느껴져요

  • @seink7197
    @seink7197 Рік тому +12

    와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를 깨달았어요.. 이런 영상 너무 좋네요

  • @wlvudtjs77
    @wlvudtjs77 Рік тому +5

    항상 어렴풋한 소재로 마음에 담아두고 문자화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영상으로 만나는 느낌이에요
    여행자가 되는 순간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아주 가볍고 단순해지네요
    그게 여행의 매력이었군요

  • @hyunjilee8604
    @hyunjilee8604 Рік тому +5

    무성영화의 관객 여행..
    영상을 너무 잘 담으심

  • @피즈치자-m7o
    @피즈치자-m7o Рік тому +9

    교수님..... 너무 오랜만이네요...영상 잘보겠슴다

  • @bebebbbbbbb
    @bebebbbbbbb 9 місяців тому +5

    여행을 기다리는 일상으로.. 어디로 가는지 여행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 구절이 정말 와닿네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사는데 왜 사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아들의 웃는 모습.. 아내의 웃는 모습이 계속 보고 싶어서 사는 것인지. 가끔은 길을 잃은 것 같습니다.

  • @킵초게
    @킵초게 Рік тому +6

    몸과 마음 두 존재를 모두 만족시키는 여행을 하자

  • @d0om3r_08
    @d0om3r_08 Рік тому +10

    바쁜 현대인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점을 보면서 쉬는 나 꽤나 대리만족

  • @lychnos99
    @lychnos99 Рік тому

    영상 고급짐 르포 같기도~~
    웃다 구르구 갑니당

  • @jun____young
    @jun____young Рік тому +7

    반차를 쓰면 유독 한량 기분나더라고요😊

  • @육현준-b5r
    @육현준-b5r Рік тому +2

    대학생때 여행을 왜 가는지에 대해 소논문을 썼습니다
    레퍼런스를 많이 찾았는데 이렇다할 이유는 못찾았어요
    자주 생각하는 주제였는데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교수님

    • @mansickim7358
      @mansickim7358 Рік тому +1

      와 여행을 왜 가는지에 대한 생각을 저도 많이 했는데 논문으로 쓸 생각은 못해봤네요 ㅋㅋㅋㅋㅋ

  • @user-dheiwjeo
    @user-dheiwjeo 11 місяців тому

    사실 저는 여행을 갈때마다 이상한 조바심이 생기더라구요 돈을 많이 썼으니 그만큼 많이 얻어가는게 있어야 한다거나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혼자 이유 모를 눈치를 봤어요

  • @birdykim1587
    @birdykim1587 Рік тому +5

    그렇게 자신의 일상을 벗어난 관광객은 타인의 일상에서 관찰자가 된다.

  • @sealoveya
    @sealoveya Рік тому +2

    멋진 영상

    • @sealoveya
      @sealoveya Рік тому +1

      다시 봐도 멋지다..

    • @sealoveya
      @sealoveya Рік тому

      또 봐도 멋져!!!

  • @만만치-t2t
    @만만치-t2t Рік тому +3

    우와... 파리지앵이 되셨나요

  • @박주호-c1o
    @박주호-c1o Рік тому +5

    저도 이번 4월에 파리 다녀왔었는데 파리에 겹벚꽃이 인상깊었던게 기억이 나네요ㅋㅋ

  • @맹소림-l7j
    @맹소림-l7j Рік тому +1

    살아계셨군요🎉

  • @dayday9509
    @dayday9509 Рік тому +2

    한량니스👍👍

  • @Moony3336
    @Moony3336 Рік тому +3

    0:53
    배경음악이랑 강아지 짖는거랑 너무 잘맞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daltoki24
    @daltoki24 Рік тому +5

    당신, 왜 내게 유튜브한다고 말하지 않았지? 이제야 구독했잖아😠

  • @haeunkim586
    @haeunkim586 Рік тому +2

    우와 새영상이다ㅠㅠ

  • @서월서월
    @서월서월 Рік тому +2

    도로시의 휴양으로 본 나

  • @hwangsang
    @hwangsang Рік тому +2

    영상 잘 보았습니다. 궁금한게 몇가지 있습니다
    1 2:23 초에 몸이 힘들어지는 만큼 더 많은 일상을 응시 할 수 있었고 일상을 응시할 수록 마음은 편안해졌다고 하시는데 저는 공감이 안되어서 어떻게 그런 느낌을 느끼신건가요? 궁금합니다!
    2 여기서 일상의 응시는 타인의 일상을 뜻하시는지 자기 자신의 일상을 뜻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자기자신의 일상이 몸이 힘들면 저안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은 받기한지만 편안해진다는 느낌은 받아 본적이 없으며 일상을 더욱 응시 못하게더라고요,

    • @입금완료
      @입금완료  Рік тому +2

      1) ‘몸이 힘들어진다=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닌다’를 대입
      2) 타인의 일상을 응시->살지 않고 바라보기만 해도 되는 삶->마음이 편안해짐
      감사합니다.

    • @ji-eunoh5584
      @ji-eunoh5584 Рік тому

      제 경우에는 ...일상의 몸이 힘들어졌다----즉, 일을 엄청 많이 했다, 그 결과 쌓인 일이 줄어들었다, 해야 할 일들이 정리가 되었다, 쫓기던 마음 안에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마음이 놓이니깐 몸이 편안해진다, 몸이 편안해지니 내 주변의 타인들을 둘러보게 된다, 타인들이 바쁘고 힘들어 보인다, 다시 한 번 내 이기적인 맘이 편안해진다. 이런 순으로.... 몸을 힘들게 하면 사는 중...

    • @hwangsang
      @hwangsang Рік тому

      @@ji-eunoh5584 왜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한 이런순으로 몸을 힘들게.하면 살아가는중 =몸을 힘들게 하면서 살아가는 이유가 있으실끼요?

    • @ji-eunoh5584
      @ji-eunoh5584 Рік тому

      @@hwangsang 1) 이기적인 마음= 나란 인간은 남들이 힘들든 말든 나는 쉬고 싶은 생각으로만 꽉 차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걸 옹졸한 맘이라고 부르기 싫어서요
      2) 힘안들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니까요..

  • @MJ_rubber
    @MJ_rubber Рік тому +3

    왜 프랑스어 tts 없나요? 허전한 마음이 갈 곳 없네요

  • @K.Y.S.
    @K.Y.S. Рік тому +3

    독일어 더빙 기대했는데 살짝 아쉽네요

  • @채채-o8o
    @채채-o8o Рік тому +2

    영상 잘 보고있습니다. 혹시 촬영 카메라는 어떤거 사용하시나요?

  • @CheeseTiger
    @CheeseTiger 9 місяців тому +1

    교수님 책 뭔지 알 수 있을까요?

  • @woo1423
    @woo1423 Рік тому +1

    헉 혹시 카메라 뭐 쓰시나요?

  • @Rifncjdj
    @Rifncjdj Рік тому +5

    아주그냥 책을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