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후반에 제 얘기가 나오네요. 어릴때 피아노 학원 제가 보내 달라고해서 다녔고, 재미있어했고, 재미있는 만큼 열심히 했었으나 그닥 잘 치는 어린이는 아니었습니닿ㅎㅎㅎㅎ 그래도 멋진 원장쌤 덕분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 기억이 다시 피아노를 찾는데 가장 큰 요인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같은 경우는 어떤 걸까요? 4살때 피아노를 2개월쯤 다니다가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10살때 피아노를 다시 쳤고 마지막 기억으로는 소나티네 몇곡을 치다가 그만뒀습니다. 그게 아마 11살인가 그럴겁니다. 그리고 18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입시를 목적으로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작곡과 입시를 시작했죠. 카레색 화성학 책을 처음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제일 처음으로 바흐의 인벤션을 쳤고, 모차르트 소나타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바흐의 평균율을 쳤고, 베토벤까지 쳐서 정말 겨우겨우 입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단 한번도 낭만곡을 제대로 쳐본적도 없었고,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작곡과에 들어가서도 작곡 스타일 및 음악 취향 때문에 애를 먹었습니다. 낭만음악을 단 한번도 제대로 접해 보지 못해서, 어린 마음에 제 음악세상의 중심은 오로지 바흐와 모차르트였고, 진짜로 대위법이 결여되거나 푸가가 아닌 음악은 음악이 아닌거같다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약간의 정신병인거 같네요..) 이후에는 정말 많은 바흐의 작품들을 혼자만의, 나름대로의 해석과 감성으로 혼자 치곤 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숨어 있는 푸가들, 소품들 위주로요. 그렇게 군대에 갔다오고, 졸업연주를 했고 (졸업연주 마저도 고전풍의 현악8중주 3악장짜리 소나타를 썼습니다..다른 동기들은 모두들 20세기 풍의 현대음악을 작곡하는 그 와중에도..) 졸업과 동시에 음악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고 느꼈던 저는 3학년때부터 준비했던 양복쟁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에 지사가 있는 영국/벨기에의 어느 회사에 들어가 1년 5개월 동안 양복점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회사에서 별의 별 고생을 다 하다보니 정말 다시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미칠듯이 피어오르더군요. 그래서 20대 중반이 지나기 전에 미친짓을 한번 한다 생각하고 대학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작곡과로 대학원을 가는게 아니라, 피아노과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주변 모두가 회의적이었지만 제 뜻을 굽힐 순 없었습니다. 2020년 1 월에 진짜 두 눈을 질끈 감고 퇴사 의사를 밝혔고, 4월에서야 겨우 퇴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7월에 모스크바의 그네신 음악원 입시를 봤습니다. 3개월 벼락치기 한건데 당연히 떨어졌죠..당시에 쳤던 곡은 바흐 평균율 1권의 15번, 모차르트 6번소나타, 라흐마니노프 little red riding hood, 그리고 바흐의 이탈리안 콘체르토 3악장. 시간이 없었던 지라 예전에 쳤었던 곡들을 최대한 쳤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라흐마니노프의 낭만, 그것도 후기 낭만곡을 쳤는데 진짜 처음 치기 시작했을때의 그 당혹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예 러시아로 와서 현지 선생님한테 레슨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7월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바흐 평균율 1권의 5번, 하이든 소나타 Hob. XVI:49, 스크랴빈 에튀드 op42 no5, 그리고 medtner 의 fairytale Op.51 No.4 를 치고 있습니다. 이번 영상을 보고 나서 참 생각이 많아지네요, 과연 제 뇌에는 그 말하자면 '고속도로'가 충분히 나 있는 걸까요? 특히 지금 치고 있는 프로그램들, 왼손의 템포가 너무 중요한 스크리아빈 같은 경우는 진짜 아무리 연습해도 어떤 커다란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릴때부터 무대에 서본 적이 거의 없어서, (대학에서도 작곡과라 제가 쓴 곡을 남이 연주해주는 무대에서 인사만 했습니다.) 무대에서의 긴장, 실수 컨트롤 등 앞으로 남은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이번 영상을 보고 나니..이 모든 것들이 어릴때 피아노를 그렇게까지 오래, 많이 치지 못한 게 지금까지도 영향을 이렇게 미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피아노를 아예 안쳤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피아노를 애매하게 깨작거렸던 게 참 큰 것 같습니다. 무조건 연습이 답인건 알지만, 이 답답한 마음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하... 이 영상을 보고 지금 이 순간 만리타국에서 너무 답답해서 긴 글을 적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튜브 영상 끝까지.못 보는 사람인데 선생님 영상은 집중해서 보고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영상 후반에 제 얘기가 나오네요. 어릴때 피아노 학원 제가 보내 달라고해서 다녔고, 재미있어했고, 재미있는 만큼 열심히 했었으나 그닥 잘 치는 어린이는 아니었습니닿ㅎㅎㅎㅎ 그래도 멋진 원장쌤 덕분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 기억이 다시 피아노를 찾는데 가장 큰 요인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같은 경우는 어떤 걸까요?
4살때 피아노를 2개월쯤 다니다가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10살때 피아노를 다시 쳤고 마지막 기억으로는 소나티네 몇곡을 치다가 그만뒀습니다. 그게 아마 11살인가 그럴겁니다.
그리고 18살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입시를 목적으로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작곡과 입시를 시작했죠. 카레색 화성학 책을 처음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제일 처음으로 바흐의 인벤션을 쳤고, 모차르트 소나타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바흐의 평균율을 쳤고, 베토벤까지 쳐서 정말 겨우겨우 입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단 한번도 낭만곡을 제대로 쳐본적도 없었고,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작곡과에 들어가서도 작곡 스타일 및 음악 취향 때문에 애를 먹었습니다. 낭만음악을 단 한번도 제대로 접해 보지 못해서, 어린 마음에 제 음악세상의 중심은 오로지 바흐와 모차르트였고, 진짜로 대위법이 결여되거나 푸가가 아닌 음악은 음악이 아닌거같다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약간의 정신병인거 같네요..) 이후에는 정말 많은 바흐의 작품들을 혼자만의, 나름대로의 해석과 감성으로 혼자 치곤 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숨어 있는 푸가들, 소품들 위주로요.
그렇게 군대에 갔다오고, 졸업연주를 했고 (졸업연주 마저도 고전풍의 현악8중주 3악장짜리 소나타를 썼습니다..다른 동기들은 모두들 20세기 풍의 현대음악을 작곡하는 그 와중에도..)
졸업과 동시에 음악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고 느꼈던 저는 3학년때부터 준비했던 양복쟁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에 지사가 있는 영국/벨기에의 어느 회사에 들어가 1년 5개월 동안 양복점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회사에서 별의 별 고생을 다 하다보니 정말 다시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정말 미칠듯이 피어오르더군요. 그래서 20대 중반이 지나기 전에 미친짓을 한번 한다 생각하고 대학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작곡과로 대학원을 가는게 아니라, 피아노과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주변 모두가 회의적이었지만 제 뜻을 굽힐 순 없었습니다.
2020년 1 월에 진짜 두 눈을 질끈 감고 퇴사 의사를 밝혔고, 4월에서야 겨우 퇴사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7월에 모스크바의 그네신 음악원 입시를 봤습니다. 3개월 벼락치기 한건데 당연히 떨어졌죠..당시에 쳤던 곡은 바흐 평균율 1권의 15번, 모차르트 6번소나타, 라흐마니노프 little red riding hood, 그리고 바흐의 이탈리안 콘체르토 3악장.
시간이 없었던 지라 예전에 쳤었던 곡들을 최대한 쳤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라흐마니노프의 낭만, 그것도 후기 낭만곡을 쳤는데 진짜 처음 치기 시작했을때의 그 당혹스러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예 러시아로 와서 현지 선생님한테 레슨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7월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바흐 평균율 1권의 5번, 하이든 소나타 Hob. XVI:49, 스크랴빈 에튀드 op42 no5, 그리고 medtner 의 fairytale Op.51 No.4
를 치고 있습니다.
이번 영상을 보고 나서 참 생각이 많아지네요, 과연 제 뇌에는 그 말하자면 '고속도로'가 충분히 나 있는 걸까요?
특히 지금 치고 있는 프로그램들, 왼손의 템포가 너무 중요한 스크리아빈 같은 경우는 진짜 아무리 연습해도 어떤 커다란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릴때부터 무대에 서본 적이 거의 없어서, (대학에서도 작곡과라 제가 쓴 곡을 남이 연주해주는 무대에서 인사만 했습니다.) 무대에서의 긴장, 실수 컨트롤 등 앞으로 남은 과제가 너무 많습니다.
이번 영상을 보고 나니..이 모든 것들이 어릴때 피아노를 그렇게까지 오래, 많이 치지 못한 게 지금까지도 영향을 이렇게 미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피아노를 아예 안쳤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피아노를 애매하게 깨작거렸던 게 참 큰 것 같습니다.
무조건 연습이 답인건 알지만, 이 답답한 마음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하... 이 영상을 보고 지금 이 순간 만리타국에서 너무 답답해서 긴 글을 적어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책!!수정쌤이 권유해서 작년에사서봤어요~흥미있는내용이었고, 손이안돌아간다의 진정한 의미를 알수있었어요~
사실은 뇌가안되는거...ㅜㅜ
스케일연습하러갑니다~ 언젠가는 내손도 돌아가리라~~
음 ~~~ 음악 뿐 아니라 모든 예체능이 다 그런것 같네요... 이유가 근육보다 뇌에 있다는 것은 절망적이네요... ㅠㅠ
네 맞아요. 음악뿐 아니라 모든 면에 적용되는 이야기 인듯 해요 ^^
하지만 절망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야말로 뇌는 쓰기 나름 아닐까요?
빨리 2편 나왛으면 좋겟네요 ㅜ
주말동안 정리하여 올라갑니다. 쫌만 기다려주세요 ^^
신경계 라고 이해하면 될거같아요
To be continued.
벌써 2편이 궁금합니다 ^^ 근데 혹 저분이 랄라소영님이신가요?
랄라소영은 동명이인이구요
이 분이 그 유명한(?) Venus woman 이십니다.
16살은 늦었나요?
피아노를 뒤늦게 시작해 독학하고 있는 중년입니다만... 저의 생각으로는 속도는 정확한 터치와 리듬의 준수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당
선생님~ 늙어서 피아노 치려는 사람은 뇌를 교체해야 하나요? ㅠ 그러지 마시고 3개월만 배우면 조성진 만큼 칠 수 있는 비법 좀 천기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