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어머니께 아들이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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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іковано 9 лип 2024
  • 어머니,
    5월이네요.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어 어머니가 이 편지를 읽으실 수 있을 지도 잘 모르겠네요.
    그렇게 애지중지하고 늘 챙겨주셨던 아들의 생일도, 딸의 생일도, 이제는 어머니 본인의 생일도 기억 못하는 모습이 못된 아들의 마음에도 아픔이 생깁니다.
    가난한 집의 맏딸로 태어나, 전쟁 속에서는 동생을 챙겨야 했고, 가난한 집 남자와 결혼해 자식들을 굶기지 않고 가르치려고 악착같이 살아온 인생.
    자식인 내가 보기에도 너무나 똑똑해 초등학교만이라도 나왔다면 세상을 좀 더 당당하게 살았을 어머니가 이제 점점 자신 조차 인지 못하는 어두운 감옥으로 빠져 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어머니가 인지증의 감옥에 갇혀 수 없이 반복, 되풀이 되는 말을 할 때, 나쁜 자식은 아픔보다 짜증이 앞서고, 나의 힘듦,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답니다.
    큰소리치고, 짜증내고, 화를 내고 난 다음 뒤돌아설 때 저도 매번 후회합니다.
    어머니 팬티에 오물이 붙여 있는 것을 손으로 떼어내고 빨래통에 넣을 때, 밥이나 반찬을 자꾸 흘리는 어머니에게 잔소리 할 때, 침대 구석, 장농 구석에 처 박아 놓은 온갖 쓰레기를 치울 때, 화장실 청소, 설거지 할 때...
    나는 어느새 어머니가 내 어릴 적 내게 했던 말을 어머니에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인생이 흘러가나 봅니다.
    이제는 어린 아이의 행동과 말을 하는 어머니를 보며, 나의 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나 또한 어머니가 겪고 있는 노화에 따른 인지장애를 겪게 되겠지요.
    그때 내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보호할까요?
    나는 내가 대우받길 바라는 정도로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인 어머니가 한 인간으로서 독립성과 존엄성을 가급적 오래 유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래서, 좀 힘들지만 전문 시설이 아닌 집에서 모시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어머니 사랑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도 되면 좋겠네요.
    2020년 5월 1일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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