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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손자가 제게 갑자기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할머니, 엄마 너무한 것 같아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가 너무한 것 같다니? 왜?”
“엄마가 그러는데, 다음 명절부터는 할머니를 우리 집으로 부를 거라고 했어요.”
“이 할미를, 영현이 집으로 부르겠다고 했다고?
“네, 할머니 집에서 이상한 냄새 나서 싫다구요. 치, 나는 할머니 집 냄새 좋은데.”
그 말을 들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들과 며느리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그 때 마침 며느리가 화장실에서 나왔고, 손자는 며느리에게 후다닥 달려가서는 제게 말했던 것을 그대로 다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엄마가 그랬지? 할머니 집 냄새나서 다음부터는 할머니 우리 집으로 부를 거라고.”
“뭐? 어,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엄마가 언제 그랬어?”
“아니 엄마가 어제 분명히 나한테 그랬잖아! 할머니, 저 거짓말 한 거 아니에요!”
“얘 어멈아, 너 이리로 와서 좀 앉아봐라.”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시치미를 뚝 떼는 며느리가 괘씸하게 느껴져 저는 며느리를 옆에 앉히고 물었습니다.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냄새난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느냐고 말이죠.
명절날 아들네 집으로 가는 것? 그건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제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아이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제가 계속 물었더니, 며느리는 그제서야 고개를 푹 숙이며 이렇게 얘기를 하더군요.
“죄송해요 어머님, 그냥 제가 요즘 비위가 좀 약해져서요. 작은 냄새에도 좀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머님 댁에서 냄새가 난다는 건 아니구. 아무튼 영현이한테까지 그렇게 이야기해서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말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