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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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섬유예술전공 전희주 드로잉 작업과정
전희주, [폭식] , 유화지에 펜화, 72(H) x 52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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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소외된 것에 대하여 주목하여 관람객에게 고민 할 만한 여지를 던져준다. 최근 전쟁 이슈와 관련한 작업들을 약 4개월동안 진행하였는데, 본인과 물리적 거리가 먼 전쟁지역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태 또한 비극적인 사건이자 우리가 반드시 그 사건에 대해 주목하는 태도가 필요하지만, 문득 당장 우리 사회에서도 전쟁과도 같은, ‘생존’이 일순위가 된 현장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사회가 발전하는 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의 삶 구석에는 엉켜진 잔해가 쌓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폭식]을 제작하게 되었다.
평소 드로잉 작업을 발전시켜 제작한 [폭식]은 한 화면에 다층적인 레이어의 형태를 만들어 관람객이 스스로 본인의 작품을 넘겨볼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작은 드로잉 북에 한눈에 보이는 첫 화면에는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집의 군집들이 묘사 되어있고, 두번째 페이지, 세번째 페이지로 넘길수록 재개발되어 높이 들어선 빌딩들이 평범하고도 낡은 집의 구역을 장악하는, 마치 새로운 빌딩들이 작고 오래된 집들을 먹어 치우며 자신의 키를 점점 높이고, 몸뚱아리를 불리고, 외관을 화려하게 가꾼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폭식]의 형식적 구성은 관람객이 스스로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기는 행위를 통해 본인이 기획한 주제에 대해 한단계 한단계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펜(Staedtler - pigment liner pen)을 주재료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고 밀도 높은 묘사와 집요한 태도를 통해 본인이 의도한 주제에 대한 감정을 관람자에게 극명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또한 평소에 제 3자에 의해 건물이 무너지는 과정을 펜으로 작업해왔는데, 나에게 ‘붕괴’란 단순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소멸이 아닌, 한 사람 혹은 공동체의 생이 담겨 있는 애착 있고, 친근한 공간에 대한 강압적인 ‘파괴’의 의미이자, 사회가 발전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낡은 것’들의 몰락의 의미로 다가온다.
[폭식]에서 보여지는 집의 ‘붕괴’란 소외된 삶에 대한 사회의 무차별적인 폭력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폭식 중이며, 자신의 몸이 얼마나 거대한지 모른 채, 다른 먹을거리를 찾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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